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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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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를 닮아간다


BY 만석 2013-10-18

시어머니를 닮아간다

 

그래도 얼굴엔 선크림을 발라야지?!’

목에는 비싼 선크림을 바르지 말고 수건을 두르자.’

, 손에도 선크림은 발라야 해. 팔은 긴 소매로 가려지겠지만 손은 아니지.’

머리에 벙거지라도 얹는 게 좋을 걸?!’

짧은 반바지를 입어야겠어. 종아리는 좀 타도 괜찮아. 곧 긴 바지를 입을 테니.’

 

오전의 햇살이 맑고 투명하다. 등받이 흔들의자에 해를 마주하고 앉는다. 장갑을 끼고 선그라스를 걸고 따가운 햇살에 몸을 맡긴다. 손바닥만 한 마당이지만 이것도 복이다. 시방 나는 일광욕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관절염과 치매의 예방에 햇볕이 좋다지 않은가.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D도 고작 20분의 일광욕으로 해결이 된다지. 돈도 안 드는 일이니 어려울 것도 없으렷다. 옹색한 마당이지만 제법 많은 화분이 한창 제 멋을 부리는 중이다. 이것도 행복이지 싶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

 

한참을 몽중한(夢中限)인데 계단 저 아래의 대문 쪽으로부터 이쪽을 향한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니 밍크가 턱을 들고 고개를 뺀 채 올려다본다. 밍크는 나와 10 년 지기인 풍산견이다. 덩치가 좋아서 영감은 늘 밍크가 나만하다고 놀린다. 어제 영감이 목욕을 시키더니 하얀 털이 눈이 부시게 더 뽀얗다. 그런데 이 녀석의 표정이 아주 얄궂다. 혀를 살짝 빼놓은 채로,, 나를 향한 그 시선에 그 눈동자의 깊이가 느껴진다.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분명히 주인집 마나님 같기도 한데아닌가?’하며 목하 고민 중인가 게 분명하다.

 

케케케. 내 몰골이 낯선가? 하하하. 옳거니. 주인 마나님의 이런 차림새는 난생 처음일 게야. 등산을 가는 복장도 아니거니와 해수욕장엘 가는 모양새도 아니다. 그럼 나, 시방 뭘 하는 겨? 오래 살려고 기를 쓰는구먼. 허긴. 사는 동안도 건강해야겠지만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라고.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가,

오래 사셔서 나 장가가는 것까지 보셔야지요.”하는 손주에게,

그런 말 마라. 네 아들 장가가는 것까지 보고 죽을란다.”하지 않던가.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이 난다.

영양주사를 좀 맞았으면 좋겄다. 오래 살자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 내가 건강해야 니가 고생을 덜하지 않겄냐.”하셨지. 그러니까 너를 위해서 내가 영양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이미 식도암이 시작 됐던 터라 병원의 간호사들은 내 귀에 입을 대고,

영양주사는 할머니가 아니라 사모님이 맞으셔야겠어요. ”라고 말하곤 했지. 나는 이미 병색이 완연했던 터라, 시어머니의 구차한 변명이 오히려 야속하기만 했구먼.

 

보림아~!.

그땐 왜 네 증조모님께 좀 곰살맞게 굴지 못했는지.

그럼요. 건강하게 사셔야죠.”한 마디 했더라면 월매나 좋았을 것이여. 요새는 니 할미가 자꾸만 네 증조모님을 닮아가는 게 보이는구먼. 그치만 난 솔직하게 말 할란다. 귀 좀 빌리자.

할미는 건강하게두 살구 싶구, 그라고 오래도 살고 싶어~.’

니 에미가 들으믄 이 할미를 밉다할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