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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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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슬픈 이야기


BY 만석 2013-08-19

아주 슬픈 이야기

 

멀쩡한 마당에 어쩌자고 해딩을 했누. 그냥 놔둬도 저리고 쑤시는 것을. 뭘 잘못 밟아 넘어진 것도 아니고 어디에 걸린 것도 아니면서. 마당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큰 대 자()로 누워 앙탈이었을꼬. 잠깐 정신을 놓았을까.

 

정신이 들어 눈을 뜨니 왼쪽 약지에서 피가 뚝뚝 돋는다. 한창 색 좋은 꽃을 달던 덩치 큰 분꽃나무가 화분 채 나딩군다. ‘아까운 거.’ 화분을 일으켜 앉히고 쓰러진 분꽃나무를 세우는데 손가락의 피로 화분의 흙이 벌겋게 물이 든다.

 

안방에 앉아 독서삼매(讀書三昧) 중이던 영감이 화들짝 놀라 약을 바르고 붕대를 동여맨다. 마장엘 좀 나가 보랬더니 한참 만에 들어와서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기를 다행이네.”한다.

 

밤이 되었으나 잠은 오지 않고 뒤척이니 어~. 옆구리가 뜨끔거린다. 심상치 않은 걸. 피는 철철 쏟아져도 아프지는 않더니 여기저기 아프고 쓰리고 결려온다. 드르렁거리는 영감의 코 곯이에 내 심정이 사나워진다.

 

얼굴은 마당의 콘크리트 바닥에 쓸렸는지 벌건 줄에 피를 달았으니 이 꼴이 가관이로세. ~. 영감한테 한 대 쥐어박혔다고 해도, 말하기 좋아하는 참새들은 곧이듣겠는 걸 ㅋㅋㅋ. 아서라. 이 나이에 무슨.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고 집으로 가는 길에, 생전에 그리 않던 며느님이 들어선다. 시퍼렇게 멍이 들고 퉁퉁 부운 내 손가락을 들여다보며 며느님이 깜짝 놀라 서두른다. 병원에 가야한다며 고집을 부린다. 허긴 어제보다 많이 아프긴 하다. 지는 척 따라나선다.

 

약지는 골절이 되고 갈비뼈는 금이 갔단다. ~~~. 미동도 말라 하니 살림하는 여편네가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딸아이가 퇴근해 오려면 아직도 멀었다. 집안일을 모르는 영감이야 일찍 들어와 봤자 나만 힘이 들게 뻔하다. 모두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오라고 문자를 보낸다.

 

보림아~.

할배랑 고모는 해결을 혔는디 할미는 어쩌냐. 나 시방 배가 무지 고프걸랑?! 에구구~할미 배고플 생각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겨? 이 할미가 벌써 이리 배고픈 시절을 보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라~.할미도 벌써 죽을 때가 멀지 않았는 갑다.  곧 죽을 늙은이의 서러움 중엔, 배고픈 서러움이 젤로 크다는디.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