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속을 몰라? 2
그렇다고,
“혈압약은 약이 아녀?!”라든지,
“혈액순환제는?!”라고 마누라가 한 마디만 한다 치자. 아마 영감은 그 자존심에, 그날로부터 혈압약이고 혈액순환제고 모두 먹기를 마다할 것이다. 소복하게 부은 발등을 가리키면서도 병원 가기를 마다하는 심사가 여간 미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혈압약이나 혈액순환제를 끊게 할 수는 없지. 아직은 과부로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며칠 전 늦은 저녁. 퇴근을 할 시간이 한참을 지났으나 영감이 들어오질 않는다. 술을 좋아하는 양반이니 술친구라도 만났는가 보다. 점점 시간은 가고 11시가 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너무 많이 취해서 인사불상이 됐나? 전화를 좀 해보고 싶어도,
“그새를 못 참아서.”라고 당치도 않은 소리로 영감을 놀릴 게 뻔하니 아서라.
자정이 지난다. 어~라.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신 게 분명하다. 이쯤이면 그 알량한 술친구들을 겁낼 건 아니지. 벨이 여러 번을 울리고 끊으려는 찰라,
“응. 나야. 좀 늦었지?”
혀가 돌돌 마린 걸 보니 많이 마신 모양이다. 그래도 늦은 시각이란 걸 아는 걸 보니 인사불성은 아닐 테고.
“어디야요.”
“여기? 여기가… 가만 있자.”
자다가 일어난 모양이다. 죽어도 택시 요금이 아깝다는 그이니까 전철을 탔을 게다.
“어디서 탔는데?”
내 말이 고을 리가 없다.
“히히히. 사모님 화나셨구나.”한다.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멀쩡한 사람도 이리 변하니 조화는 참 조화로고.
‘사당’이라는 소리에, 타기는 제대로 탔구나 싶어서,
“잠들어서 역 놓치지 말고 잘 내려요.”이르니 걱정도 말라고 큰소리다. 한 마디 더 얹는다.
“아가씨들은 옆 사람이 술 냄새 풍기는 거 싫어해요. 기대지 말고 꼿꼿하게 앉아 있어요. ”
“아가씨? 아가씨 하나두 없는데? 아가씨랑 술 안 마셨어요~.”
“암튼 잠 들지 말고 내릴 역 지나치지 말아요.”
“알았~~~~~~~~~~스. 오케이.”하지만 불안하다.
들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으나 기척이 없다. 다시 전화를 거니 여전히 자다 깬 소리다.
“여기 지금 사당이야.”한다.
아니, 한 시간 전에도 ‘사당’이라더니, 전철을 붙들어 맸나? 한참을 꾸물거리더니, ‘창동’이란다. 내릴 역을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쳐버린 게다. 보림아~. 더는 쓰잘 데 없는디, 니 하부지 그냥 버려 버릴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