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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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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의 끝자락에는


BY 만석 2012-03-13

 

이 봄의 끝자락에는


동갑내기 동창한테서 전화가 온다.

“니네 것들 잘 사냐?”

“니네 것들이라니. 왜 말이 그래.”

내 아들내외가 별 탈 없이 잘 지내냐는 말이겠다. 그러나, ‘니네 것들’이라니. 워낙 말투가 그러려니 하면서도 영 듣기에 거북스럽다.


내 큰아들이 결혼을 할 즈음에, 그녀의 아들도 결혼을 했다. 그래서 두 집 아들내외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비교하는 그녀였다. 그동안도 그녀의 전화는 반갑지 않은 적이 많았다. 아들내외가 싸움이 붙었다느니, 며느리가 친정에 가서 꼭 저녁까지 얻어먹고 밤늦게야 들어온다느니. 그 뒷말은 한결같다. 너희 집 아들내외는 싸우지 않느냐, 네 며느리는 친정에 잘 가지 않아서 좋겠다느니. 종이를 마주 접듯이 그렇게 두 집 아들내외를 비교하곤 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결국 갈라섰다. 내가 애 낳기 전에 헤어지라고 밀어냈다.”

저런.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어쩔 셈이냐고 나무랐더니,

“아무를 데려다 살아도 그만 못하겠냐?”고. 이런.

“아마 우리 아들더러 나오라구 들쑤시나 보더라.”고 덧붙인다.


“모르는 척 눈 감아줘라. 헤어지는 것보다는 아들이 나가서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모르는 척 해라. 그동안 벌어서 너한테 줬다니 방값이라도 주고.”

“이런. 오지랖이 넓어서 너는 그럴지 모르지만, 난 어림도 없어. 나가기만 해 봐라.”

허허. 내외는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오던 터다. 아기도 곧 생길 것이고 문제는 고부간의 사이가 껄끄러워서 매일이 평안하질 못하지 않았는가 말이지. 진즉에 각 살림을 했더라면 좋았을 걸.


큰일이다. 요즘 며느리들이 어쩌고저쩌고 말이 많다. 하지만 이건 시어머니로서 어른답지 못한 처사다. 왜 아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느냐고 얼러보지만 막무가내다. 저녁 무렵에 그녀의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제 엄마를 좀 말려달라고. 내가 무슨 힘이 있냐고 시간을 좀 두고 보자고 일렀다. 우선은 아내도 힘이 들 터이니 친정에 두고 엄마 몰래 다니기만 하라고도 덧붙여주었다. 두 달 후엔 해산을 한다 하니 손자를 보면 그 마음이 반드시 변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세상의 시어머니들에게는 제 손자가 천하에 없는 존재임을 나는 확신한다. 자신이 있냐고? 암. 내가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지. 어느 꽃이 그보다 예쁘고 어느 보석이 그보다 찬란하더란 말인가. 또 그 향기는 어떻고 또…. 내 동창 그녀도 손자를 안아보면 그 큰 입이 헤벌어질 걸 확신한다. 어느 어미가 아들의 불행을 소망 하겠는가. 그러니 석 달만 처가에 몰래 다니며, 엄마 비위를 맞춰주라고 일렀다. 그 사이에 나는 그 엄마를 다독여 보겠노라고. 이 봄의 끝자락에, 내가 바라는 대로 그리고 그 아들내외가 바라는 대로 그렇게 이루어졌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