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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자네들도 곧 시어미가...


BY 만석 2011-12-26

자네들도 곧 시어미가….


젊은이들이 글을 올리는 사이트를 들어가 보았다. 젊은 세대와 같이 사는 구세대의 시어미로서, 내 며느님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지. 도대체 젊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신경들을 쓰는가 궁금하기도 했지. 그런데 그야말로 놀라서 기절할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야.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이유겠지만 글이 너무 험악하다. 시댁을 일컬어 ‘미친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시아버지에게 ‘미친 개소리를….’한다고. 차마 입에 올리지도 못할 표현이 나열 돼 있었으나, 이건 그 중에 준수한 단어만을 옮겨 온 것인데 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를 어째. 이건 아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가 된다. 내 며느님은 다를까? 모를 일이다.  그녀도 인터넷을 뒤지고 검색을 하고…. 그녀도 젊은 엄마들만의 카페나 불로그를 드나들 것이다. 그곳에선 그 글을 읽으려고 기웃거리는 그 누구의 시어미 같은 이도 없을 것이니, 아마 더 가관일 수도 있겠다. 그런 속 내 며느님의 마음속엔 어떤 사고가 있을까. 그녀들의 걸러지지 않은 소리가 내 며느님에게 어떻게 다가오겠느냐는 말이지. ‘그래서 그랬구나.’하는 마음이 든다. 뭔가는 모르겠지만 개운치 않은 여운이 돈다. 뭔가는 모르지만 며느님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겠다. 내 며느님이 무섭다.


사이트의 운영이 뭔가 잘 못되고 있음이 확실하다. 뭘까.

아아~! 금새 알만하다. 요는 시어머니의 세대는 컴맹이 많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어떤 사안이든 쌍방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올바른 답이 나온다. 그런데 이건 며느리 입장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올라오고 있음이야. 나는 시어미의 입장에서, ‘오죽하면….’하는 마음이 들지만 답글을 달아 그 무리에 섞이고 싶지가 않다. 젊은이들은 그런 문제의 시시비를 배제하고 오로지 ‘옳소!’만 외쳐댄다. ‘초록은 동색(同色)’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했거니.


오래 전에 한 사이트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고부갈등’의 문제를 다루는 코너를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나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 해서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지만. 그 뒤로 누군가 대타(代打)가 나타나는가를 예의주시했으나 ,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랬겠다. 인터넷을 하는 내 연배 또래가 많지 않음이 확실하다. 이제부터는 좀 더 큰 일이 일어날 조짐이 다분하지 않은가. 큰일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젊은이들의 의식이 이대로 흐르게 돼있다.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던 세대가, 겨우 한글을 알고 나니 이런 세상에~. ‘산 너머 산’이겠다.  


복지관 강의에서 나는 청중들에게, ‘컴맹탈출의 필요성’을 외친다. 물론 젊은 며느님 세대와 맞서기 위해서만은 결코 아니다. 컴 속에는 우리가 보는 세상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고 역설한다. 한글을 모르면 답답했듯이 컴맹은 앞으로의 세대와의 단절을 부른다고도 알린다. 젊은이들의 이야기 속을 들여다보고는, 컴을 모르는 세대가 불쌍해진다. 저 젊은 며느님들이 시댁을 저렇게 평가절하(平價切下)하고 있음을 아는 시어미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말이지. 저희들도 머지않아서 시어미가 될 것을 왜 몰라. 그 세월이 그리 길지도 않다는 것도 모를 터이지. 오늘 저녁,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