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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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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너, 많이 컸다~! 1


BY 만석 2011-12-04

 

너, 많이 컸다~!


 

이른 새벽 아니, 밤 깊은 새벽.

“딩동~. 딩동~.”

잠에서 깬 나는 벽시계에 시선을 맞춘다. 새벽 3시 30분이 지나고 있다. 영감도 놀라 일어나 앉는다. 부부모임에 나간 아들내외의 귀가인가보다. 거실로 나서니 막내 딸아이가 인터폰 앞에 서 있다. 인터폰엔 아들의 친구 얼굴이 보인다.

“도식이 오빠네.”

“아무튼 문 열어라.”


현관문을 나서니 아들이 아이를 업고 대문을 막 들어선다. 아니, 업힌 건 아이가 아니다. 허걱! 헝클어진 머리며 축 늘어진 팔의 길이로 보아 아들의 등에 업힌 건 며느님이다. 고개를 빼고 다시 살펴도 분면히 며느님이다. 화들짝 놀라 현관을 뛰어나서니 아들이 제 댁을 업은 채 미처 대문을 들어서지 못하고 꼬꾸라진다. 대문 밖 차가운 세멘트 바닥에 며느님이 죽은 듯이 널브러진다.

“에미야. 에미야. 왜 이래 왜이래. 응?!”

그녀의 머리를 들어 울음을 삼키며 가슴에 안으니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술을 마셨어? 술 취해서 이런 겨?!”

아들을 올려다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아무튼 끌어들여놓고 대문은 닫아야 한다. 남사스러운 일이 아닌가.

“업어라. 바닥이 차서 감기 든다. 어서 업어라.”

“못 업겠어요.”

이런 이런. 그러고 보니 아들도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지경이다.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아들이고 며느님이고 시방 나무랄 상황이 아니다. 이를 어쩌나. 영감에게 며느님을 업힐 수도 없고 약골의 막내 딸아이에게도 저보다 한참은 큰 키의 널브러진 올케를 업힐 수가 없지 않은가. 우선 찬 바닥에서 계단을 오르고 방에 들어 누이려면 힘쓰는 장사가 필요한데….


우리 식구뿐이니 어떠냐고 영감에게 사정을 해 볼 양으로 돌아보니 영감이 보이지 않는다. 암. 양반이 술 취해 인사불성인 며느님의 꼴을 어찌 보고 섰겠는가. 그이답다. 내 영감답다는 말이야. 잠시 정신이 들었는지 일으켜 세우는 아들의 가슴을 두 손으로 쾅쾅 친다.

“그러지 말란 말이야. 그러지 말란 말이야.”

젠~장.

“어머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ㅈ~ㄹ. 죄송한 걸 알면 발딱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지. 다시 세멘바닥에 통그라진다. 감기 들기 십상이다. 딸아이와 아들과 합세하여 계단에 굴리다시피 하며 끌어올려 거실을 거쳐 방으로 몰아넣는다. 저 바지를 어쩐다. 생시의 그녀였으면 큰일 날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손이며 발이 시체마냥 차거우니 이를 어째. 그대로 이불 속에 넣는 수밖에.


제 어미의 몰골에 큰 사단이 났는가 싶어서,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내 손녀 딸아이가 제 에미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에미의 이불을 들어주니 아이가 에미 품을 쑤시고 든다. 그 정신에도 에미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감싸 안는다. 토를 한 입을 헹구지도 못했으니 그 냄새가 어지간하련만 아이는 마냥 에미 품을 쑤시고 든다. 보아하니 신발도 신은 채다. 신발도 벗기고 겉옷도 벗기고 다독이자 금방 잠이 들 것 같다. 그렇지.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미이고 새끼인 것을. 그 품에 두는 것이 그녀들에게 상책이겠다.


안방으로 들어오니 영감이 자는 듯이 눈을 감고 반듯이 누워 있다. 미동도 없다. 딸아이가 뒤따라 들어오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제 친구들도 보면 요새 신부들 다반사예요. 신경 쓰지 말고 주무세요.”

“…·.”

“…·.”

“삼 년 만에 이제 처음이잖아요. 준수한 편이예요. 봐 주세요.”

뭐? 뭣이라고라?! 시방 신경을 접고 잠이 들지도 못하겠다마는, 삼 년 만에 한 번이어서 준수하다는 건 무슨 소리인고? TV에서나 나오는 이야긴 줄 알았더니만 준수하다고? 휴~.

"하하하. 우리 엄마 너무 곱게 사셔서 말이야."

밤을 새며 오만 잡생각이 머리를 때린다. 시집살이가 힘들다고 나가서 시위하고 들어온 겨? 그 타켓은 당연히 이 시어미를 향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모임의 아들 친구들을 모르는 처지도 아닌데  이 시어미 아주 ㄸ이 됐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