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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아들 녀석과 며느님


BY 만석 2011-11-23

 

아들 녀석과 며느님


막내아들이 출국을 한다. 내외와 손자 녀석 세 식구가 보름 동안 법석을 떨고 다시 출국을 하는 길. 영감이 공항까지 태워다 준단다. 돌아오는 길이 심심할라 싶은 지 나도 함께 가자는 걸 마다한다. 식구 셋이 떠나고 나면 집에 뒷일이 얼마나 많을 터인데. 큰며느님한테만 맡기고 나가기가 좀 거시기(?)해서다.


길이 막히지 않았는지 영감이 의외로 일찍 돌아온다. 아참. 집을 나서기 전에 아들내외가 주고 간 용돈이 생각난다. 거금이다. 난 이렇게 많은 용돈을 받아보는 건 늘 작은아들 내외의 손을 통해서다. 기특한 넘들. 봉투가 둘이니 영감 몫이 하나 내 몫이 하나겠다. 영감에게 줄까 물으니 넣어두란다. 둘을 보태니 제법 액수가 크다.


“여보. 큰애가 애썼는데 좀 줄까 싶은데.”

“그러지, 뭐.”

전례가 있었던 터이라 대강을 듣고도 통한다. 사실 내가 애 쓰는 건 당연한 일이고 큰며느님이 해 먹이느라 애를 썼지 않은가. 허긴 뭐, 큰며느님도 당연한 일이라고도 하겠으나, 나는 그만한 악질은 아니걸랑 크크크.


마침 큰며느님이 거실청소 중이다.

“애들이 아버지랑 나랑 용돈을 주고 갔는데, 너도 애썼으니 좀 나눠 쓰자. 이거 받아라.”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가. 내 손에 들린 수표를 보고나서야 손사래를 친다.

“아니예요. 오빠한테 혼나요. 어머니 쓰세요.”

‘오빠가 혼을 내? 오빠가 더 좋아할 걸?’ 나는 속으로 내심 큰 아들의 마음을 읽는다.


주방에서 설거지 중이던 큰아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내민다.

이러 저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큰아들 왈,

“받어. 받어.”한다. 그렇지. 늘 그랬으니까. 이럴 땐 큰아들이 밉다. 어차피 주려던 것이지만 녀석도 좀 사양을 해 보이면 좋으려니 싶다. 큰아들에겐 눈 한 번 흘겨주고 며느님의 주머니에 수표를 찔러 넣는다. 내외의 입이 귀에 걸린다.


며느님은 그렇다 치고 내 큰아들은 제 어미가 무슨 재벌가의 사모님쯤 되는 줄 아는가보다. 영감이 재력가도 아니고, 에미가 손에서 일을 놓은 지가 얼마나 오랜데. 지금도 잘 나가던 그때의 그 어미로만 알고 있다니. 아니면 어디다 꿍쳐놓기라도 한 줄 아는가? 젠~장. 지들 네 녀석 키우고 보니 통장엔 잔고도 없었는데. 휴~. 정말 좀 꿍쳐놓을 걸 그랬나? 허긴. 그때 그럴 여력이 어디 있기나 했남. 에구. 앞으로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