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들여다봐 주렴
꼬이기 시작하면 자꾸만 꼬이기 마련이다. 밉게 보면 자꾸만 밉게 보이느니. 그리 보지 말자 해도 그리 보이니 밉게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로 미운 일인가 싶다.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보아도, 그리 볼 것이라는 자기합리화가 지당한 것 같다는 말씀이야.
이름 있는 문학단체에서 거행되는 <전국여성백일장>이 있단다. 이 나이에 무슨 수상이겠는가. 그저 참가하는 데에 의(意)를 두고, 기념품이나 챙기자는 심사였지. 한 가닥 추억이라도 만들면 여러 날 즐거운 기억을 하게 될 것이라는 계획도 있었고. 10년 전에 참가했던 추억이 지금도 즐거운 기억이니 말이다.
전국 규모이니 충청도에서도 달려오고, 아마 경상도에서도 전라도에서도 왔지 싶다. 우리 네 여자라는 족속은 참 억척이다. 아이를 셋이나 데리고 도전한 젊은 엄마도 있고, 남편과 두 아들을 대동한 주부도 있다. 젊은 엄마들을 억척이라 하면 나는 뭐람. 눈을 씻고 또 씻고 보아도,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참가자는 눈에 뜨이지를 않으니.
그런데 어째서 오후 5시에 있는 수상식까지를 기다리고 있었느냐고. 자신이 있었던 게야? 아님 용꿈이라도 꾼 겨? 아니지. 난 글쎄 운이 참 좋은 여자라니까. 작은 상이지만 수상을 했으니. 구태여 떠벌이자면, 전국 규모였는데 말씀이야. 하하하. 그 속에서 수상자로 만석이가 호명이 되더라는 게야.
작은 상이지만 늙은이가 단상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휘파람소리가 요란하다. 왜 아니겠어. 적잖은 나이의 늙은이가 수상을 하니. 시상식장 밖에서도, 전철을 동승한 동참자들도 극구 극구 칭찬을 해댄다. 옆자리의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도 쑥스럽게 법석을 떨더구먼. 협찬사가 제약회사인 까닭에 상품도 기념품도 무게 나가는 영양제와 건강보조제다. 그래도 고래처럼 칭찬에 춤을 추며 무거운 줄도 모르고 집으로 왔지.
마침 아들내외가 손녀 딸아이와 TV 앞에 앉아 있다. 무거운 짐에 땀이 범벅이지만, 좋은 기분에 상장을 내 보이며 이렇게 저렇게 수상을 했다고 자랑을 했지. 그런데 어~라. 이 반응을 좀 보게나. 아들은 야구 중계 중인 TV화면에서 눈도 안 떼고,
“음~. 축하해요 할머니~.”하고는 그만이다. 허허, 며느님은 그나마 무반응이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내민 상장이라도 좀 들여다봐야 하는 거 아닌가. 무안해진 시어미는 상장을 거두어 들고 방으로 들어왔구먼. 뭐야?! 시시하다는 겨?! 보나마나 ‘제 자랑’이다 싶어서 싫은 겨?! 시어밀 무시하는 겨? 이상도 하다. 안 하던 버릇을 하네. 짚고 넘어가야 해? 아냐? 그냥 조용히 넘어가? 그럼 난 뭐여?
정말 이상스럽다. 왜 일까. 알고 싶다. 그냥 지나치면 내가 병이 될 것만 같다. 말을 하지 않는 것만 능사가 아닌 듯싶다. 짚고 풀고 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아직 손녀 딸아이가 자지 않고 있다. 눈치가 맑아서 어미 나무라는 소릴 알아차리지 싶다. 어~라. 그러다가 영감이 들어오면 일이 커지는데. 휴~. 이 저녁, 속이 많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