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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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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안 봐도 비디오고 착각은 자유여~


BY 만석 2011-09-23

 

수술을 하고 3년 여. 정기검진을 육 개월마다 다닌다.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온 식구가 금방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겠지.

‘아내를 잃는 게 아닌가.’

‘엄마가 없는 아이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저마다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하는지 한 동안은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았지.


그러나 ‘긴 병에 효자가 없다’더니 것도 삼 년쯤 지나고 나니 시들한가 보다. 열흘에 한 번씩이든 병원의 출입도 이젠 육 개월로 늘어졌으니 그렇기도 하겠다. 예후가 다른 이들에 비해 아주 좋다 하니 그럼직도 하다. 나 자신도 이제는 병을 잊어버리고 사는 날이 많기는 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날인가엔 야릇하게도 병원에 대한 향수가 있음은 어쩐 일일까.


9월 16일은 전(前)날의 검진 결과를 들으려고 주치의를 만나는 날이다. 검진을 받기 전까지는 용케도 내 몸 시들었음을 잊고 있다가도, 병원 검진을 받기 위해 금식을 하면서부터는 불안하고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번 여름엔 유독 피곤하고, 여느 때와 달리 기력이 쇠한 것이 감지되어 더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주눅이 들어 진료실 문을 들어서는 나와는 다르게 주치의는 환하게 웃으며,

“아, 전에 보다 숫치가 좋아졌네요.”하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도 환하게 웃을 수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무슨 숫치가 어떻게 좋아졌다는 것은 내 알바도 아니거니와, 들어도 쇠귀에 경 읽기로고. 그저, ‘좋아졌네요.’하는 한 마디만 들릴 뿐이지만, 또 육 개월은 거뜬하게 버티겠구나 하는 안도감에 나도 환하게 그저 따라 웃는 게다.


‘의무기록부’를 요구해서 받아들지만, 그도 전문용어니 들여다봐야 뭐라는 소리인지 알 수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결과적으로 수치가 좋다는 건, 숫자를 읽기도 하려니와 나도 이제는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만은 하다. 하여 좋아진 기분으로 식구들에게 문자를 날린다. 투병 중인 어미에게 그리고 아내에게, 나만큼은 아니어도 제 각기 신경을 썼으니 말이지. 영감은 특별 대우로 직접 통화를 하니, 기분이 썩 좋은 눈치다.


“혹걱정할라싶어서... 전보다좋아졌단다^^”

먼저 막내 딸아이한테서 답장이 왔다.

“꺅~. 다행이네요.”

다시 또,

“햇살도 좋고 바람이 좋은날 엄마가 기분까지 좋은 소식 주셨네요~^^”


좀 있으니 회사에서 큰아들이,

“정말이죠?ㅎㅎ 다행이네요 퇴근하고 집에가서여쭤보려했는데..^^;”

먼저 전화하지 못한 게 미안한가 보다. 괜찮은데.


좀 지나서 일본의 둘째며느님한테서 문자가 들어온다.

“잘됐네요! 저랑광희는 감기로고생중ㅋㅋ”

에구우~. 임신 중에 감기라…. 약도 복용이 어려운데 어쩌누. 아가는 또 얼마나 고생인고.


사람이 다르니 감정도 각각이겠지.

큰며느님은 어제 밤에 손전화기를 국솥에다 빠트려서 손전화가 없다. 그러니 시방 통화를 할 수가 없어서 생략. 그러나 만일 통화를 할 수 있었더라면,

“어머님. 축하드려요. 뭐라도 어서 드시고 오세요. 조심해서 오세요^^”했겠지?

안 봐도 비디오여~ㅎㅎㅎ. 착각은 자유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