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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며느님의 물귀신 작전


BY 만석 2011-08-19

 

며느님의 물귀신 작전

“이걸 좀 다듬어서 씻으라고 내놨더니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었니?!”

부추를 다듬으며 옆에 선 며느님에게 말을 건다.

“어머. 그러셨어요? 그러셨던 거예요?”
의외라는 듯, 미처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다.

“말 안 해도 알아듣는 센스가 있어야지.”

물론 나무라는 투는 아니었으나, 분명한 건 잘 못을 짚어냈다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겠다.


“죄송해요 어머니. 제가 좀 둔해요.”

풀 죽은 며느님에게 면박을 줄 수는 없지. 조금은 익살스럽게 되묻는다.

“너 둔자였어?”

“예. 제가 좀…. 동서랑 같은 과(科)예요.”

아니, 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 동서는 왜 들먹이누.


저녁에 아들이 설거지를 하느라고 싱크대에 매달린 옆에서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며느님도 옆에 서 있다. 이런 이야기는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당사자가 없는 데에서 주고받으면 흉을 보는 꼴이 십상이기 때문이다. 듣고 있던 아들이,

“하하하.” 유쾌하게 웃는다.

그러자 며느님이 통통 튀는 말투로,

“오빠. 솔직히 동서보다는 내가 났지 않아?”


멀리 있는 작은 며느님은 오늘 귀가 많이 가렵겠다. 물귀신작전이라…. 이건 경쟁심이겠다.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웬 경쟁심. 작은 며느님이 일본의 원전사고 때에, 내 집으로 피신을 와서 두 달을 동거했었다. 큰 며느님이 좀 어렵겠다 했는데, 그런대로 잘 지낸다 했지. 그런데 속으론 많이 신경을 쓴 모양이다. 난 혹시 어느 며느님을 편애하지는 않았는가 돌아본다. 서투른 서울살림에 자주 뒷전에 섰던 작은 며느님이 그려진다. 좀은 부려먹어도(?) 좋을 상황이었으나 혼자만 부엌일을 감수하려 애쓰던 큰 며느님도 그려진다. 그랬구나. 그녀들은 내 앞에서 영원한 라이벌일 수밖에 없음을 직시한다. 에구~. 여자가 죄니라.

 

이렇게 좋은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도 만나면 크게 다를 건 없을 게다. 그러나 손녀와 손자가 그들의 사이에서 묘하게 작용을 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