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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며느님 참 미안해


BY 만석 2011-08-16

 

며느님 참 미안해

교회엘 다녀오니 집이 텅 비어있다. 아니 영감이 화분의 걸음을 손질하고 있다.

“모르겠네~에.”

“모르다니.”

“자장면을 시켜 먹자고 해서 난 싫다 했더니, 밥을 해주고 보림이 데리고 슈퍼에 다녀 온다구 나가더라구.”


낮잠이 든 걸 보고 교회로 갔으니, 아마 늦잠을 자고 나갈 시간에 쫒긴 모양이다. 전례로 보아 이런 휴일엔 세 식구가 오붓하게 쇼핑도 하고 거리 구경도 하곤 했으니까.

‘영감도 참. 그럴 땐 그냥 싫어도 좀 먹어주지.’

그러나 이왕에 벌어진 일로 영감의 속을 긁을 이유는 없다. 아니면,

“자장면이 먹고 싶어? 그래라. 내 사주지.”했더라면 얼마나 멋진 시아범이람. 싫은 걸 싫다 했겠으나 주변머리가 고렇게도 없어 가지고는 ㅉㅉㅉ.


소설을 한바탕 쓰고 열려진 작은방을 곁눈으로 살펴보니 어~라. 아들이 자고 있질 않은가. 그러고 보니 방안에선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마당의 영감에게 다시 묻는다.

“아니. 얘들 슈퍼에 간 거 맞아요?”

“그렇다니까.”

“에미 혼자서?”

“언제는 걔들이 혼자 다녔어? 같이 갔겠지.”
“아범은 자는데?”

별일도 다 있다는 듯 영감이 손의 흙을 털며 일어나 돌아선다. 무슨 사단이 나긴 난 모양이다. 결코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속이 상해서 아이랑만 나간 게 분명해.

‘사내가 술을 좀 먹었다고 바가지를 긁은 겨? 그래서 다툰 겨?’

이런-이런. 나는 어쩔 수 없는 시어미다. 


한참을 있으려니 며느님이 아니, 손녀 딸아이의 빽빽이 신발 소리가 난다.

“어머니 오셨네요. 다녀왔습니다.”

“어딜?”

“슈퍼에요.”

“비가 오는데.”

아무 일 없는 듯 일상 같다. 그러나 좀 요상한 기류가 흐르기는 흐른다. 보아하니 아기를 안고 우산을 들고, 게다가 장바구니가 제법 무거워 보인다. 오빠를 두고 혼자 나서는 법은 없었으니까.


나물을 볶다가 곁에 선 며느님께 묻는다.

“오빠는 밥도 안 먹고 저렇게 잠만 자는 거니?”

지금 생각하면, ‘오빠는 한 끼도 안 먹이고 저렇게 자게 내버려두는 거니?’하는 뉘앙스가 다분했던 것도 같다.

“….”

“이그. 저 속이 어떻겠니. 왜 제 몸 생각을 안 해. 어제 밤에 술 많이 먹었어?” 


“어머니. 어제 밤에 속이 상해서 죽을 뻔했어요. 5시까지 술을 마시구요. 또 맥주 큰 병 사 오는 걸, 그거 마시면 나 집 나간다고 했더니 안 마셔서 제가 아깝지만 쏟아버렸어요. 저렇게 술을 많이 먹으면 지금 약 먹는 거 허사예요.”

“잘 했다. 잘 쏟아 벼렸다구.”

“진짜로 막 가방 챙겼어요.”

“내가 아들을 잘 못 키웠구나. 미안하다. 그러진 않았는데 어째 그런다니. 미안하다.”

당황한 며느님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한다.

“아니예요. 어머니. 그게 아니고….”


“오빠가 술 깨면 한 바탕 하거라. 다시 그렇게 많이 마시면 집에 간다구 그래라. 한 번쯤 쎄게 나가야 한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다니.”

나, 시방 시어미 맞는 겨?

“보림이 저녁 좀 먹이라니까 담배 한 대 피고 먹인다더니 한참 만에 들어오기에. ‘벌써 먹여도 다 먹였겠다.’ 그 한 마디 했는데 화가 나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랬구나. 아무튼 무슨 건더기가 있기에 그랬겠지. 그러나 한 번쯤 엄포를 놓을 필요는 있지. 암.


아래층에서 아기랑 영감이랑 노닥거리는데 아들이 멀쩡하게 내려왔다.

“진지 잡수세요. 보~림~아~ 밥 먹자아~.”

뭐여. 이건. 야가 밤새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다는 내 아들 맞아? 화가 난다. 남자들은 여자들 속을 그리도 썩이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영감을 향해 소리친다.

“아빠. 이 녀석 엎어놓고 좀 패주세요. 어제 밤에 술을 많이 마시고 어미 속을 썩였대요.”

“히히히. 우리 째끔 싸웠어요. 잔소리가 차차 심해져요. 그래서 술 좀 마셨어요.”


막 뒷말을 이으려는데 며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오빠. 얼른 오지 않고 뭘 해. 어머니 얼른 올라오세요. 진지 잡수세요.”
목소리가 통통 튄다. 또 뭐야 이건. 사단이 날 줄 알았더니…. 나만 방방 뛰었잖은가. 아들에게 안긴 손녀를 들여다보며 며느님이 말한다.

“보림아. 아빠가 나빴지? 그치?! 우리 아빠 혼내 주자아~. 알았지?”

“…???”

영감은 내 눈이 마주치자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젖히고 빙긋이 웃는다. 참~나. 저러니 내 아들이 안 녹아?! 아무튼 잘 맞는 부부야 ㅎㅎㅎ.

 

  꿍짝이 참 잘 맞습니다. 아빠는 청소기 돌리고.             엄마는 할머니 방을 닦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