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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사돈은 어려워


BY 만석 2011-08-05


 

사돈은 어려워


“택배요~.”

며느님 것 아니면 딸년 것이겠다. 딸년 것은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좋지만, 며느님 것을 굳이 알려고 하는 건 좀 채신없는 짓이겠다. 그러나 물건을 건네는 사람이 건장한 청년인 데에야 집안에 혼자인 채 보여서는 안 된다. 하여 고개를 내밀고 지키고 섰으려니 어~라. 한 손에 아기를 안아서인지 며느님은 제법 무거운 짐을 받아든다.


“아, 올케가 김치를 보냈어요.”

묻지도 않는 말에 먼저 대답을 한다.

‘오이~ㅇ. 김치를?’

텃밭의 배추를 장마 때문에 뽑아 오지 못해서 여러 날째 김치 없는 밥상을 받았더니, 며느님이 제 친정에 부탁을 한 모양이다. 그건 아닌데….


늙지도 않은 시어미가 오죽해서 김치도 담아 먹이지 못하고, 일만 부려먹느냐는 젊은 사돈의 목청이 귓전을 때린다. 에구. 부끄러워 어쩌나. 며느님은 친정어머님이 계시지 않는다. 하여 젊은 사돈이 챙겨 보냈을 테니 더 부끄럽구먼.

“경상도 김치가 먹고 싶어서요.”

내 소리를 들은 것처럼, 용케도 알아서 답을 한다.


옛날 내 친정어머님이 그러셨다. 사돈댁에서 건너온 물건은 저울로 달아서 먹는 법이라고. 어린 마음에 왜냐? 고 물으니, 그만큼 어려운 사이라는 뜻이란다. 이만큼 왔으면 이만큼 보내야 하고 저만큼 왔으면 저만큼 보내야 한다나? 사실을 말하자면 더러 사돈의 댁과 주고받는 정을 나누는 친구나 이웃이 아주 많이 부럽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건 경우가 달라서 부끄럽기만 하다. 주말엔 비가 쏟아져도 시골 텃밭의 배추를 뽑아와야겠다. 배추 값이 아까워가 아니라, 내 밭의 배추는 무공해이기에 살가운 게다. 게으름 떨다가 우스운 꼴이 됐구먼. 

 

지천인 배추를 두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