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작은 행복
며느리 방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컴에서 며느리 입에서, 그리고 내 예쁜 손녀 딸아이의 입에서. 그러니까 삼중창인 셈이다. 아직 가사 전달이 되지 않는 손녀딸은 홍알홍알 하지만 분명히 리듬을 타고 있다. 푸하하. 게 중에 제일 흥이 난 쪽은 며느리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늘 들려오는 소리에 이 아둔한 할미도 가사를 외우고 말았구먼.
보나마나 며느리와 손녀가 나란히 컴을 향해 서서 율동을 따라하고 있을 게다. 나는 문을 열어 구경을 좀 하고 싶지만 참는다. 기가 막히게 행복한 며느리의 리듬을 끊어 놓을 게 분명하걸랑. 그저 듣는 것으로 족해야 하지. 층층시하(層層侍下) 시집살이를 하면서 잠시라도 저리 행복할 수가 있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 그러고 보니 손녀 딸아이가 어미에게, 그리고 할미에게 큰 효녀로고.
어제는 아들내외가 마트에 다녀온다고 잠자는 아이를 내게 부탁하더니, 돌아오는 길에 샀다며 며느리가 아기의 머리핀을 내 코앞에 들이민다.
“이쁘죠. 이쁘죠?”
숨을 몰아쉬는 걸로 보아, 아마 뛰어온 모양이다. 자는 아기가 걱정이 되어서 일까? 아니면 어서 핀을 자랑하고 싶어서 일까. 아무렴 어때. 저리도 행복하다는 데에야.
아이의 머리에 핀이 꽂혀 질쯤부터 사다 나른 핀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리본 핀 에 꽃 모양 핀에 하트 모양의 핀에 인형 모양의 핀. 것도 성에 안 차면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무지개 색깔. 꼬리가 긴 나비 핀에 얼룩나비 핀에 노랑나비 핀 등등…. 아기의 머리에 다른 모양이나 다른 색깔의 핀을 꽂아 현관문을 들어설 때면, 늘 며느리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오른다.
“보림아. ‘할머니. 나 이뻐요?’ 해.”
며느리는 눈동자까지 반짝거리며 내 대답을 기다린다.
참 많이도 사 나른다고 농으로라도 한 마디 하고 싶지만 될 법이나 한가. 단 돈 천원에 저리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 왜 말려. 오늘도 모자 모양에 꽃이 달리고 망사 너울을 씌운 분홍색 머리핀을 들고 들어서는 모양새가, 마냥 행복해 죽겠다(?)는 기새다.
“이것 보세요. 이쁘죠?”한다. 이런 이런. 시어미의 눈치를 좀 봄 직도 한데 전혀 아니다. 그저 행복해서 못 살겠다(?)는 표정이다.
“얼마 줬게요?” 이젠 값까지 묻는다. 결코 비싼 걸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니 아마 천 원쯤 주지 않았을까.
“아니예요. 삼 천원 줬어요. 이제까지 산 핀 중에서 제일 비싼 거예요.”
“그래? 어쩐지 좀 더 이쁘다 했구나.”
“그렇죠. 보림이가 꽂으면 이쁘겠죠? 그거 봐. 어머니가 이쁘다 하시지.” 제 남편을 돌아보며 신이 나서 떠든다. 단돈 삼천 원에 저리 행복할 수만 있다면 것도 봐 줄만하다. 그 정도면 맘껏 행복 하라 해야지. 오늘도 며느리와 온 식구의 기분은 맑음이다.
(아직 자라지 않은 머리에 꽃핀이 버거울 정도 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