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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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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어버이 날에


BY 만석 2011-05-19

 

그래도 시에미라고 어버이날 호사를 했으니 자랑을 좀 해야겠다.

마침 주일이어서 좀 늦도록 누웠는데 영감이,

“그만 일어나 봐. 에미는 밤새 한 잠도 안 자는 것 같던데….”한다.

“왜?”

어째서 밤잠을 자지 않았느냐는 말이지.

“모르지. 밤새 뭘 하는지 부엌에서.”


무슨 일이람. 잠옷 차림으로 문을 나서니 세상에~. 거실로 옮겨놓은 식탁이 진수성찬이다.

“어머나. 이게 다 뭐야? 미역국은? 누구 생일이야?”

오늘이 누구의 생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묻는다.

“아이구야~. 어쩐일이라니?”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을 섰다.


잡채만 해도 과분한 것을… 산적에 생선적에 호박전까지. 이건 또 양념불고기가 아닌가.

“너희들 정말 안 잤구나.”

“아니어요. 저는 잤어요. 형님이 혼자 다 했어요.”
작은며느리가 말을 하지만 그러잖아도 난 잘 안다. 큰며느리 작품이겠지. 그래도 덤으로 그리 말해야 하지.


처음으로 두 며느리가 같이 있는 어버이날이어서 호강을 했다. 그 정성이 어디인가. 힘은 또 얼마나 들었을꼬. 어째서 이리 힘든 일을 자처했을꼬. 그리 하지 않아도 선물 하나면  쉽게 때울 수도 있었을 것을. 암튼 아주 값이 비싼 선물을 받은 것보다 좋다. 누구 나처럼 호사스런 어버이날을 지낸 이가 있음 손 좀 들어 보소. 무슨 복인지 나도 몰라라.


설거지를 할 터이니 잠을 청하라 했더니 아예 도리질을 한다. 점심은 좀 쉽게 지내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큰딸아이가 들어선다. 냉동실에 고기를 가득 채운다. 늘 그리하던 아이라 별로 놀랄 일은 아니나 그도 내겐 큰 복이로구먼. 꼬박 밤을 새웠다는 손아래 올케가 신퉁한가 보다. 점심은 큰딸이 쏘겠다 한다. 것도 좋~지.


아기들 데리고 나가서 먹기도 힘드니 집에서 시켜서 먹자고. 그도 옳은 소리.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식 음식이 줄을 잇는다. 이제 다음 주일이면 미국으로 떠나니, 마음먹고 푸짐하게 먹일 모양이다. 부부모임에서 야유회를 가는데 영감만 보내고 나는 빠지기를 잘 했구먼. 따라 나섰더라면 이리 맛좋은 걸 다 놓칠 뻔했잖은가 말이지.


얘들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아, 막내 딸아이의 썬크림도 고맙고 큰딸과 작은 며느리의 화분도 고맙고. 난 너희들한테 해 준 것이 없는데….

죽도록 안 잊을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