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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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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작아지는 시어미


BY 만석 2011-04-22

 

작아지는 시어미


일본에서 피난 나온 며느리와 손자의 출국을 한 달 연기했더니, 이건 큰딸 아이에게도 짐이고 큰 며느님에게도 짐이겠다. 특히 큰 며느님에게 더 조심스럽다. 도대체가 아랫동서에게 설거지도 못 하게 하고 청소를 돕겠다 해도 막무가내다. 제가 다 한단다. 한 달을 더 있어야 한다고 그리 말고 나누어서 일을 하라고 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이유를 물으니 그 동서도 제 집에 가면 일을 많이 한단다. 아무렴. 그렇긴 하지. 그러나 너도 너무 잘 하려다간 지친다고 일러도 ‘날 잡아 잡수’식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혹 기득권 남발인가 싶기도 하다.


큰딸은 손위의 시누이니 제가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먹을 게 없는 집은 아니니 부족할라 싶은 걱정도 없다. 그래도 데리고 있는 본인이야 여러 면에서 신경이 쓰이지 않겠는가. 먹을거리는 챙겨 놓아야 제 손으로라도 챙겨 먹으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죽고 없으면 네가 형제들 엄마 해라’했더니, 죽기도 전에 어미 노릇을 시키는구먼. 나도 너무 했다. 이젠 성대 수술한 것도 좀은 견딜 만하니 반찬을 좀 만들어다 줘야겠다. 서양식을 자주하는 집이니 고기는 맘껏 먹을 것이고… 오~. 그래. 오이김치를 좀 해다 주어야겠구먼. 큰 며느님에게 카드를 건네며 오이를 좀 사오라고 이르니, 저도 카드는 있다고 막무가내다. 


나는 결혼을 하기 전에, 노년에는 꼭 우리 내외만 살려고 생각을 했었다. 아들 내외와 손자와 함께 산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다. 결혼을 하고나서 나는 친정에 자주 가지 않는 편이었다. 올케가 있어서 친정어머니와의 대화도 자유스럽지 못했던 게 한(恨)이었다. 결혼을 한 여자는 쉬고 싶을 때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친정이다. 그래서 내 두 딸아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우리 내외만 살기를 희망했었다. 그녀들이 내 곁에 오고 싶을 때 올케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좋으니 말이지. 그리고 내 딸들의 나들이로 내 며느님들도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말이야.


세상의 일이 반드시 내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는 걸 아주 혹독하게 경험하는 중이다. 큰 아들이 혼기가 차도 결혼을 하지 않아서 걱정을 하던 중, 이웃 아주머니 한 분이 말했다.

“이 댁도 어지간한 며느리는 시어머니 맘에 안 들 걸?”

내가 모시기 쉽지 않은 시어머니라는 뜻이렸다. 어쩌누. 한 두 해의 습관도 아니고. 육십 평생을 그리 살았으니 쉽게 바꿀 수도 없을 테고. 또 큰아들과 한 집 살림을 하게 됐다 하니 친구가 말했다.

“애시당초에 내 보내. 1년을 살아내면 내 손에 장을 지지지.”

역시 내가 어려운 시어미의 기질이 다분하다는 말이겠다. 그려? 내가 그리도 못 됐남?


“좋게 말하면 완벽주의자요 안 좋게 말하자면 깐깐한 여편네지.”한다. 아들내외가 결혼 8개월 만에 이혼을 한 경험이 있는 친구의 조언이다. 나는 마음이 편안치 않을 때마다 그녀의 말을 떠올린다. ‘나, 깐깐하고 뫼시기 힘든 시어미라지?’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된다. 옳거니. 그러고 보니 이 친구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네 못 사네’ 지지고 볶으면 그 뒷수습은 시부모 몫이라고도 한다. 그래선 안 되지. 암 안 되고말고.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도 하고, ‘작은 자가 큰 자다’라는 말도 있지. 역설적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옳은 말임을 시방 경험하는 중이다. 특히 젊은 세대와의 맞지 않는 사고방식에서는 그렇겠다. 그러고 보면 내 며느님들이 나보다 못 해서 나를 따르건 아니다. ‘져 주는’ 입장으로 따르는 게다. 그러고 보면 내 며느님들은 나보다 ‘큰 자’ 그것이다. 나는? 나는 바로 ‘작은 자’로구먼. 옳다. 나는 작은 사람이 되련다. ‘작은 자’는 뒷 책임도 작은 법이다. 거 참 괜찮네. 마음 편하게 사는 방법이기도 하구먼. 그래. 이제부터는 ‘작은 사람’으로 살자. 마음 편하게 말이지. 아주 ‘작은 사람’으로.

 

혼자 노는 법도 배우며 스스로 작아지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