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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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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두 며느리 이야기


BY 만석 2011-03-03


 

두 며느리 이야기


나는 복이 많아서 아들도 둘이고, 그래서 며느님도 둘이다. 요참에 일본에 상주하는 둘째 아들내외가 다니러 와 있다. 특별히 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저 오고 싶어서란다. 우리 부부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며칠 보고 온 손자 녀석을 데리고 온다 하니 기다려진다. 손자가 아니더라도 타국에 머무는 자식이 매일 그리운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 아들은 서열 사 번 타자로 사 남매 중 막내다. 


그런데 요상한 건 며느리와 손자는 먼저 들어오고, 막내아들은 나흘 뒤에 온단다. 왜냐고 물으니 그냥 빨리 오고 싶어서란다. 아니, 친정도 아니고 형제의 집도 아니고 서슬이 시퍼런 시어미가 있는 시댁엘….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들의 직장에서도 ‘기이한 일’이라 하고 서울의 큰아들 직장에서도 ‘신기한 며느리’라고 했다고. 어린아이가 이동을 하자면 짐이 좀 많은가. 몸집도 작은 사람이 아기를 업고 짐 보따리를 들고.


영감이 차를 몰아 공항에 픽업을 해 온다니 나도 따라 나설 밖에. 그녀와 손자가 그럴 수 없이 예쁘고 반갑다. 스스로 시집살이를 자처하질 않았는가. 손자는 그새로 이 할미 얼굴을 잊었는지 시선만 부딪치면 울어댄다. 고이한지고. 재차 묻는다. 무슨 볼 일이 있어서 먼저 왔느냐고. 그녀의 동그란 눈이 더 휘둥그레진다. 왜? 먼저 오면 안 되는 일이냐고. 그녀의 오빠(내 막내아들을 그녀는 이렇게 부른다)도 자꾸만 물어봤다나?


집에 들어와 짐을 풀어놓으니 방 다섯이 꽉 찬다. 이렇게 열흘을 살아야 한다. 어~라. 거실의 ‘간이 방’에 꾸며놓은 내 전용침대가 사라졌네?! 큰 며느님이 말한다.

“여기서 주무시면 우리가 모두 불편해요. 저희가 자야 해요.”

그러고 보니 내 접이식 침대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누웠구먼. 아기를 데리고 자기에는 춥다하며 영감이 침대를 옮기려 하니 큰아들 내외가 막무가내다. 허허. 지고 만다.


3월의 중순에 맞는 날씨가 철을 모르고 일찍 찾아왔다 한다. 퍽 다행스런 일이구먼. 하여 큰아들이 거실의 간이 방을 쓰고 제 방을 동생부부에게 내어준다. 큰아들의 작은 방은 두 아기의 용품으로 가득하다. 복잡하기가 말로 할 수 없으나, 두 며느님들은 그저 좋단다. 이만하면 활동하기에 충분하단다. 에~라. 모르겠다. 큰아들 내외가 워낙 완강해서 싸울 수도 없다. 날씨가 이대로만 따시기를 바라는 수밖에.


잡채를 먹고 싶다는 막내며느님의 말을 전해들은 큰 며느님이, 그새 아기를 데리고 잡채를 만든 모양이다. 그게 손이 많이 가는데 말이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인터넷을 검색해서 만들었단다. 예쁘다. 맛은 장담 못한다며 간을 보라고 입에 한 젓가락 넣어준다. 골고루 양념이 섞이어 제법 맛이 난다. 내심으론 좋으면서도 오늘만 날이냐고 한다. 내일도 날이고 모레 해도 좋은 것을. 내가 아기를 봐 줄 터인데 말이지. 암튼 맘 씀씀이가 예쁘다. 잘 지내다가 보내야 할 텐데….

 

엄마들은 어쨌거나 우리는 할아버지 쟁탈전 중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