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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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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내 시어머니만의 불변의 법칙


BY 만석 2011-01-29

내 시어머니만의 불변의 법칙


  “여보. 나, 배가 무지 고파.”

  “그래서?~”

  “…….”

  “뭐 먹을 거 없어?”

  “오늘 따라 아무 것도 없네.”


  한참을 누워 있어도 잠이 들지 않는다.

  “여보. 나, 빵 하나 사다 주지.”
  “이 밤에?”

  콩 튀 듯 의외의 반문(反問)을 한다.
  “…….”

  너무나 강력한 영감의 반응에 더는 청(請)할 수가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 너무너무 배가 고프다아~”

  “아, 누룽지라도 끓여 먹어~.”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이 돌아눕는다. 남남 되어 잠자리를 편지 오래니, 그이가 돌아누운 게 섭섭할 건 없다. 다만 내 배고픈 사정을 몰라라 하는 게 많이 야속하다.


  옳거니. 막내 딸아이가 귀가 할 시간이 되었구먼. 이제라도 생각 난 것이 반가와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찾아 문자를 날린다. 요럴 땐 애교스러운 표현이 효과가 있는 법이지.

  “워뎌?♥”
  급방 답이 온다

  “돈암동요 곧도착예정요^^”

  “옴마시방무지배고파ㅜㅜ 들올때빵하나부탁해^^”

  “ㅋㅋㅋ. 저도늦어서뒷풀이참석못해출출 잘됐어요^^”

  꼭 외출에서 들어오는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 적(跡) 같이 딸아이를 기다린다.


  하나면 족할 것을 딸아이는 한 보따리의 빵을 안고 들어선다. 잽싸게 일어나 봉지를 받아든다.

  “하나만 사오라니까.”

  “저도 배고프다고요.”

  내 배고픈 일만 사단이어서 딸의 사정은 생각도 않았네. 영감은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 권하는 빵도 마다한다. ‘싫으면 관 두라지.’ 내 배고픈 사정을 묵살한 영감이 밉다. 아주 밉다.


  그래도 내일 출근 할 영감을 생각해서 주방의 식탁에 나와 딸아이와 마주앉아 빵을 물어뜯는다.

  “나, 느이 아빠보다 먼저 앓아누우면 큰일이야. 매일 배곯게 생겼어.” 푸념처럼 아니, 고자질이라는 게 옳아.

  “엄마. 아빠가 먼저 돌아가시고 나중에 엄마만 혼자 남게 되면 배가 안 고프실까요? 어느 자식이 아빠만큼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겠다구. 누룽지라도 끓여 자시라는 아빠가 계시니 다행이지, 안 계시면…….”

  영악한 딸년이라고 그렇게 늘 여기고 살았지만, 요렇게 심오한 생각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네.

  옳거니. 그래도 영감이 길게 살아줘야겠구먼. 

  

  어이~ 며느님.

  죽기 전에 배곯을까 싶어서 걱정인데, ‘제가 있는 한 공연한 걱정’이라고 한 마디 좀 해 봐봐.

  “어머니.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예요?”하겠지? 아니~. 내가 그랬잖여~. 난 둘째 네도 안 가고 딸들 네도 안 가고 며느님 옆에 있을 거라고. 이건 며느님의 구박을 받아도 할 수 없는 ‘나만의 불변의 법칙’이여. 

  “어머니.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예요?”하는 소리가 자꾸만 귓바퀴에 맴도네.

  이 밤. 배도 불렸는데 잠은 왜 아니 오는고.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살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