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요 정도는 들어줘야……
저녁에 퇴근을 해 온 영감이 손녀를 덥석 안으며 바지를 치켜올려 준다. 허리가 나올 지경이었나 보다. 하하하. 아기의 바지가 겨드랑이까지 올라와 있다. 요새로 걸음마를 하느라고 그녀의 바지가 줄줄 내려오기 일수다. 것 참 좋은 생각이로군.
영감이 옷을 갈아입느라고 내가 아기를 보듬고 거실로 나왔다. 마침 주방에서 시아버지의 저녁상을 차리던 며느리가 애교스럽게 몸을 흔들며 말한다.
"아유~. 난 배바지가 참 싫은데..."
"배바지가 뭐야?"
생소한 표현에 멀뚱해 섰는데 상을 닦던 큰아들이 받아 말을 한다.
"아~. 이거요. 바지를 윗도리 위로 올리는 게 싫데요. 위 옷으로 바지를 덮어 입히라고..."
"......"
오~라. 그러고 보니 저들끼리는 이미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 뜻과 다르다고 이럴 땐 화를 내서는 안 되지. 내려놓은 아이에게 다시 바지를 입히고 윗옷을 덮으며,
"아하~. 이렇게?" 했더니 배시시 웃으며 끄덕끄덕. 아들도 따라 해비지 웃는다.
"알었다. 네 새끼니께 니 좋은 대로 입히지. 됐냐?"
저녁을 먹으러 나오던 영감이 이미 내 뒤에 섰다. 고부가 다툼을 하는 줄 알았는가 보다. 밥을 뜨며 영감이 묻는다.
"무슨 소리야?"
"크크크. 애기 바지를 이렇게 윗옷으로 덮어서 입혀 달래요."
"왜?"
"왜는?! 에미 맘이지. 이게 이쁘다네요."
"그래서 다퉜어?"
"다투기는 무신... 지 새낀데 '그러마'했지."
영감~.
그 정도는 우리가 들어줘야 저도 내 말 잘 듣지이~! 알간요!"
할아버지는 아직 눈이 반은 감겼는데 아기는 놀자고 할아버지 일어나시기를 줄기차게 기다립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