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탓이요
방학을 한지 오늘로 한 달. 먹고 딩굴다 보니 그 사이 몸무게가 2kg이 불었다. 더 쪄도 상관없다는 건 영감의 위로다. 보는 사람이야 상관이 없겠지만 본인은 힘이 든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개강쯤엔 볼만 하겠다. 각성해서 먹는 걸 자제해야겠다. 저녁부터는 먹는 걸 줄여야지. 암, 줄여야지.
밥그릇을 공기로 대체. 들여다보는 마음이 섭섭하다. 골무 같은 이 보세기에 밥이 얼마나 들어가겠는고.
“체신도……. 좀 크게 만들지.”
주걱으로 밥을 퍼 담으며 알지도 못하는 이를 향해서 중얼중얼. 공연한 투정을 부린다. 많이 먹는다고 나무라는 이도 없는데,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는 주걱으로 밥을 꾹꾹 눌러 푼다. 밥공기가 적으니 국은 좀 많이 먹어도 될 테지. 비빔용 대접을 채워 국도 한 대접. 아마 꽉꽉 눌러 펐는지도 모르지.
이상하다. 분명히 밥공기는 줄었는데 배에서는 기별도 없다 한다. 자. 이제는 커피타임. 설탕은 좀 덜 넣어야겠지? 단맛이 비만엔 적이라지? 평소에 좀 달게 먹는 편이다. 두 스푼을 타던 것을 자제하고 한 스푼을 뜬다. 그 대신 철철 넘치게 고봉으로. 그래도 한 스푼인 걸?! 그런데 왜 이리 달아? 평소보다 더 단 맛이 진하다. 안 되겠다. 내일은 정말 자제 해야겠는걸?!
다음 날.
아침 밥상. 아무래도 숟가락 놓기가 섭섭하다. 목을 길게 늘여 맞은쪽을 보자 하니 남긴 밥이 보인다. 엄니는 왜 진지를 남겨서 날 갈등하게 만드시나?! 제 자리에서 걷어온다고 꾸짖을 사람도 없는데 설거지를 하며 슬쩍 미역국에 말아놓으니 한 그릇이다. 왠 포만감? 난 공기 밥을 먹었는데. 그리고 엄니가 남기신 건 단 한 숟가락이었는데……. 에그~. 저녁엔 부부모임 신년회가 있다 하니, 본전 생각에 아니 먹고 어쩌리요. 엄니요. 이제는 진지 안 남기시기요. 나, 살쪄서 큰 일났슈. 다 엄니 때문유, 킥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