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산화탄소 포집 공장 메머드 가동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62

며느님은 왜?- 며느님을 닮아서 예쁜 손녀딸


BY 만석 2010-01-26

 며느님을 닮아서 예쁜 손녀딸

  

  지난 금요일.

  가정예배가 있는 날이다. 예배를 본 그 댁에서 저녁 대접을 받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일찌감치 식구들의 저녁밥을 지어놓은 며느님이 제 서방님 마중을 나간다나? 늘상 있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다. 잡담이 늘어져서 느긋한 마음으로 귀가를 했더니 아들 내외는 아직 귀가 전이다. 여느 때 같으면 벌써 들어왔을 시간이다. 나중에야 들었지만 오늘이 해산 예정일이라 혹시를 몰라 삼겹살을 먹고 들어왔다는구먼.


  10시가 훨씬 지나서야 커다란 시장 보따리를 들고 들어온다. 자질구레한 출산준비물과 우리 내외의 주전부리감이다.

  “아직 아무 신호도 없는 겨?”

  아들이 주말이라 집에 있으니 오늘쯤 해산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배가 좀 땡기기는 하는데 산통은 아닌 것 같고요.”
  “잘 생각해. 예전에 배 아픈 거 하고 좀 다르면 즉시 병원 가야 한다.”

  “5분 간격으로 산통이 오면 오랬어요. 미리 오면 쫓아 보낸다구 했어요.”

  “어떻게 5분 간격을 딱 맞춰서 가누! 쯔쯔. 그러다 집에서 애기 나오면 난 몰러.”

  그랬다. 시어미가 꼴 적어서 해산(解産)은 구경도 못해봤으니 걱정이 아닌가.


  다음 날.

  “@%#$@%#$~♫~♬”

  놀라 핸드폰을 열며 벽시계를 쳐다보니 새벽 5시가 막 지나고 있다. 옳거니. 산고로고.

  “배 아프다냐?”

  아들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댓바람에 일어나 앉으며 소리를 지르니, 영감도 기겁을 하고 일어나 앉는다.

  “엄마 손녀딸 백호가 태어났어요.”
  “뭐시여?”

  말의 뜻을 알아먹지 못하고 영감 눈을 응시하며 방문을 연다. 그들의 방으로 건너가 볼  참이다.


  “조금 전에 백호가 나왔지~요.”

  아들은 ‘메~롱!’이라도 하는 양 들뜬 목소리다. 밤 2시경에 산고가 와서 차를 꺼낼 겨를도 없이 택시로 병원엘 갔더란다. 그리고 5시가 넘어서자 해산을 했다고. 저런, 저런. 것도 모르고 미련한 시어미는 콜콜 잠만 잤구먼. 계시지 않는 친정어머니 생각이 얼마나 났을꼬.

  “공연히 엄마 잠만 깨실까봐 일부러 살짝 나왔어요.”

  깨어 있는 여동생에게만 알리고 집을 나섰다 한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래도 좀 깨우지.

  “어머나. 세상에. 얼마나 애쓰더냐. 다 건강은 하구?”

  “예. 아기도 산모도 다 건강해요. 아주 쉽게 낳았다고, 아기 받는 선생님이 이런 산모만 왔으면 좋겠다네요. 히히히.”

  제 댁이 대견한 것일까 태어난 아기에 기분 좋은 것일까. 목소리가 날아갈 듯 방방 뜬다. 그런데 뭐라? 아주 쉽게 낳았어? 이런, 이런. 제깟 남정네들이 산고의 고통을 어찌 알아.  뭐? 쉽게 낳았다고? 정작 산모는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 터인데……. 내 아들이 아니었으면 욕이 나올 뻔 했는걸?!


  그런데 나는 지금 와 우는 겨? 아기의 탄생을 축복해야 할 할미가 시방 눈물이 철철 나는구먼. 며느님의 산고가 가슴이 아파서? 여자의 산고를 모르는 남정네들이 야속해서? 이도 저도 아니다. 그냥 좋다. 좋아서 우는 게다. 남편이 마땅치 않은 시선을 보낸다. 어린애처럼 손바닥으로 뺨을 쓸어내리고 묻는다.

  “얘. 진짜로 딸이디? 애기 이쁘냐? 이쁘쟈?”

  “예. 알고 있던 대로지요. 아주 이뻐요~.”

  “니 눈에 안 이쁠 리가 없지.”

  “아니. 진짜 이뻐요. 선생님들도 다 이쁘다 그래요.”
 

  암. 뉘 집 손녀딸인데. 아비를 닮았어도 당연히 예쁠 것이다. 제 할아버지 집안의 인물을 닮아도 예쁜 손녀는 일찌감치 ‘따 놓은 당상’이었질 않은가. 뱃속의 아이는 그 어미가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 태어난다지? 그래서 임신 중엔 나를 절대로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며느님에게 못 박지 않았던가. 제발 할미만 닮지 않아야 하니 어쩌겠어. 그런데 태어난 아기가 예쁘다 하니 그동안 며느님은 날 미워하지는 않은 게 틀림 없구먼. 후후후.


  어서 날아가서 아가를 보려고 세수를 하다가 멈춰 선다. ‘아니지. 영감 아침밥은 먹여야지?’ 그동안 밥걱정을 안 하고 산 덕에 이젠 내 몫이 된 아침밥을 잊었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아주 호강을 했구먼. 에구구~! 그런데 와 며느님 닮아서 아기가 예쁠 것이라는 소린 안 나오는 겨? 그러게 나는 어쩔 수 없는 못된 시어미로고. 좋았어. 병원에 가서 누어있는 며느님을 보면 교태를 좀 부려야겠는 걸.

  “아기가 널 닮아서 아~~~주 이쁘구나.”라고 말이다.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