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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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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에헤라디야~♬♪


BY 만석 2010-01-18

 

에헤라 디여~♬♪


  오늘은 내 둘째 며느님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그녀는 일본여성(日本女性)이다. 조그만 얼굴에 눈도 동그랗고 입도 동그랗고……. 일본여성이라고 말하기 거북할 정도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構思)한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 연수를 받으러 현해탄을 건너 온 그녀가, 일본 취업을 앞두고 일본어를 배우던 내 막내아들과 인연이 닿은 모양이다. 아들이 취업 차 일본으로 건너가니, 어학연수를 끝낸 그녀도 아주 잘 나가던 한국의 직장을 접고 아들을 따라갔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한국어와 일본어가 능통한 그녀를 주저앉히려고 애를 많이 썼다는 사실은, 그녀가 본국으로 떠난 뒤에야 알았다. 그녀는 본가가 있는 후꾸오까를 마다하고, 내 아들이 있는 도꾜에 여장을 풀었으니 둘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만했다. 아니, 그녀의 부모님을 섭섭하게 했겠지 싶다.


  타국의 외로운 녀석을 위해서는, 그들의 결혼을 서둘러야 했다. 나는 일찍이 미국 사위를 본 사람이거니, 혹 이국(異國)의 내 아들을 그녀의 부모님이 탐탁하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전혀 문제는 없었다. 내 아들의 말을 빌리자면,

  “감히 이 출중한 외모와 인격을…….”이라 하니 나도 맞장구를 칠 수밖에. 내 아들은 내 시댁의 인물을 받아, 187cm의 장신에 78kg의 호남 형이질 않는가. 장동건? 강동원? 모두 다 쨉이 안 되지. 비? 조인성?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릴! 어디다 비교해?! 훗훗.


  꽃 피고 새 우는 지난 5월에, 그들은 예쁘게 결혼을 했다. 내가 ‘예쁘다’는 표현을 쓴 것은 겉모양새만이 아니다. 낳아주고 길러주셨으면 되지 뭘 더 바라겠느냐는 것이 내 아들 녀석과 그녀의 공통(共通) 된 변(辯)이다. 두 집의 부모님에겐 절대로 한 푼의 부담도 주지 않고 제 수중의 것으로만 결혼비용으로 쓰겠다고 하더니 참 이었다. 어미의 서운한 맘을 전하니 마지못해, 그나마도 덥썩 덜어내곤 단 몇 푼을 챙기던 녀석이다. 일생에 단 한 번이니 결혼반지는 근사해야 한다나? 알 박힌 반지만을 나눠 끼고 남 다른 이벤트 형 결혼식으로 주위의 찬사를 받았다. 각자의 직장에서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 신행여행도 여름에야 떠났다.

  

  새해 첫날.

  “엄마. 얘가 애기를 가졌다~요.”

  영상통화 중 화면 속 아들의 뒤쪽에 보이는 제 댁을 가리키며 막내아들이 웃음을 가득 담고 말한다.

  “오이~ㅇ?!”

  아들의 권유로 한 뼘이나 되려나 싶은 치마를 입고 다니던, 아직도 아기만 같던 그녀가 아기를 가졌단다. 제 댁의 임신을 진즉에 알았을 터다. 마음먹고 새해 첫 선물로 어미에게 알리는 녀석은, 생김새만큼이나 역시 속이 깊다. 고마울 밖에. 절로 ‘에헤라 디여♬♪’ 노래가 나온다.


  얼마 전까지도 아기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하던 아들녀석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계획 했던 일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나. 며느리를 붙잡고 이를 수밖에.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에…….”

  “돈은 나중에라도 벌 수가 있지.”

  “너와 네 오빠를 닮은 분신이 태어난다는 거, 생각만 해도 신비스럽지 않니?!”

  “오빠도 낳아만 놓으면 예뻐서 물고 빨 것이다.”

  그러나 ‘내 집에 시집을 왔으니 손자를 안겨줘야지!’ 하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들이 아기를 가졌다 하지 않는가. 내 손자를 말이지. 으하하. 내 막내아들 녀석이 벌써 서른 살이 되더니 아기 아범이 된다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산아제한의 절정기에 나는 주저없이 사 남매를 두었다. 그때로서는 늦둥이인 막내를 안고는, ‘이 녀석 20살까지는 키워 줘야하는데.’, ‘아니, 대학졸업은 시켜야지?’, ‘아니야, 군에 다녀오는 건 봐야지?’, ‘오~라. 결혼은 봐야겠네’, ‘내친김에 손자까지는 봐야지.’하며 늘 내 가슴을 짠하게 하던 녀석이었는데……. 내년엔 내 집에 두 마리의 백호가 노닐겠구먼. 에헤라 디여~♬♪.


  그러니 아직은 죽고 싶지 않은 게 욕심이라고만 할 수 없지. 손자가 학교에 들어가서 제 아비처럼 공부를 잘하는 것도 봐야지? 이왕이면 제 어미 같이 예쁜 색시와 결혼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다고는 못하겠다. 오늘 아침 TV에 나온 할머니는 108세라 한다. 나도 그렇게 살지 말라는 법이 있어? 아니, 일찍이 병을 얻었으니 이만만 해도 족한가? 피~. 좋았던 기분에 주눅이 든다. 제기랄. 몇 십 년 뒤의 걱정까지 지금 할 게 뭐 있어. 우선이 좋은 걸. 제 댁은 미니가 잘 어울린다며 초 미니만 권하던 녀석이, 배부른 제 댁에게 어떤 스타일의 임부복을 입혀서 보여 줄까가 궁금하다. 우리는 매일 영상통화를 하걸랑. 하하하.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아마 스키너임부복을 입혀놓지는 않을까? 푸하하. 아무러면 어때. 것도 조~ㅎ지. 에헤라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