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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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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_ 선녀를 찾아주세요~♬♪


BY 만석 2009-11-07

 

선녀를 찾아주세요


  마침 아들 내외가 잠깐 밖에 볼 일이 있다고 집을 나선다. 집엔 지금 샤워 중인 영감과 나 뿐이다. 거실에 앉아 TV를 보던 나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을 한다. 어디 장난 좀 해 봐봐? 욕실 문 앞에 벗어놓은 영감의 옷을 몽땅 끌어안아다가 안방에 모셔 둔다. 이제 영감이 어떻게 나올까? 으하하.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영감은 기척이 없다. 뭐여. 성애네 아버지는 목욕탕에서 넘어진 뒤로 지금도 고생한다지 않는가. 살금살금 욕탕 앞에서 안의 기척을 살핀다. 어~라. 아무 소리도 없다. 샤워 물소리도 안 들린다. 바짝 귀를 문짝에 들이대고 안의 동정을 엿듣는다. 뭐여? 진짜 넘어간 겨? 문고리를 비트는 순간, 안에서 헛기침 소리가 난다.

  “어험.”

  또 한 번,

  “어~험.”

  요번에는 좀 더 크고 길게 의도적으로 내는 소리다. 아마 내가 듣기를 바라는 소리로고.


  살아 있구먼. 다시 돌아서서 쇼파로 가는데 이번에는 나지막하게 영감이 나를 부른다.

  “나 좀 봐.”

  “와요~.”

  “내 옷이 없어졌어. 문 밖에 벗어놨는데.”

  “나뭇꾼이 가져갔는 갑소.”

  “뭐라구?”

  “나뭇꾼이 이자는 눈이 나빠졌는 갑소. 여자 옷인지 남자 옷인지도 분간을 못하는가베.”

  “뭐라는 소린지 원. 내 옷이나 찾아다 줘.”

  손발이 맞아야 도둑질도 한다지? 농담도 받아줄 줄 알아야 재미가 있는 법인데…….


  그래도 내친김에 포기하지 않고 소릴 지른다.

  “그라믄 선녀가 지 옷인 줄 알고 끌어안고 하늘로 날아 갔는갑소.”

  그제야 밖의 상황을 묻는다.

  “애들 없어?”

  “야. 밖에 나갔슈.”

  이때다 싶은지 타올을 허리에 두르고 영감이 욕탕 문을 나선다.

  “안에서는 무신 소린지 하나도 안 들려. 옷이 어찌 됐다구?”

  “당신 옷을 선녀가 가져갔다구요. ‘선녀를 찾아주세요~♬♪’ 노래나 해 봐유. 노래 소리 듣구 돌아는 올라나 몰러.”


  푸하하. 영감은 뭘 몰라도 한 참을 모른다. 센스 있는 첨지라면 이쯤에서 웃어줘야 한다. 그런데 시방 나만 웃음이 터졌으니 무슨 재민가. 보아하니 옷은 마누라가 숨긴 게 틀림이 없고, 이대로 아들 내외가 들어오면 큰일이다 싶은가 보다.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 옷 어딨어~!”

  “선녀가 가져갔다니께. ‘선녀를 찾아주세요~♬♪’ 노래 해 봐봐유. 이렇게 선녀가 품에 안고 갔으니께.”

  나는 내 가슴을 두 팔로 안으며 선녀 시늉을 해 보인다.

  “이런 제~엔장.”

  “이히히. 우하하. 아하하.”

  남편은 말 귀도 못 알아먹는데, 맞지도 않는 장단에 나 혼자서 배꼽이 빠질 지경이다. 나 바보 아녀?! 오늘 오랜만에 나도 젊은 척 장난을 치고는 눈물이 나도록 웃어봤다. 에구~. 마음은 아직도……. 쯔쯔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