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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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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제2부 16회)외치지 못하는 며느리의 함성


BY 만석 2015-03-19

어머님. 제사 흥정 목록이예요. 빠진 것 있나 봐 주세요.”

내 큰며느님의 문자다. 제사나 차레 때면 늘상 묻는 말이다.

고모님들 오시나요?”

이건 내 시누이들이 안 오면 걍 적당히 준비하겠다는 의사표시다. 내 시엄니 살아생전에도 소문 난 효녀였던 따님들이 아인가. 그 어머니의 제사인데 오지 않을 리가 만무(萬無)하다.

 

사실은 며칠 전부터,

오빠도 몸이 좋지 않으시고 셋째도 그러니 그냥 넘어가자.”는 시누이들의 언질이 있었다. 서로 나서지는 못하고 우리 부부가 그리 하자 할 것을 은근히 바라는 눈치들이었다. 그런데 시아버님의 제사도 못 드린 채, 또 엄니 세사를 접으면 내 맘이 편치를 않다. 그러니 영감 마음이야 어떠리. 강력하게 추진하자는 기세도 아니고 접으라는 말도 없지만 나는 그 맘 알지.

 

나도 안 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어째야 할지.”

아버님은 섭섭하실 텐데요.”

그건 맞는 말이지. 하루 이틀 지나며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영감의 의중이 뚜렷해진다.

아무래도 제사를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며느님에게 전화를 넣으니,

고모님들은요?”하는 며느님의 마음이 또 읽힌다.

 

둘째 고모도 입원했다가 어제 퇴원했단다. 거동이 불편한 건 아니니까 오겠지. 셋째랑 청주 넷째 고모는 못 올게고. 고모들은 오면 오고 못 오면 걍 우리끼리 드리고.”

시누이들에게 제사를 드리겠다고 전화를 하고는, 며느님에게 보고를 한다.

셋째 고모만 빼고 서울 고모들은 다 온댄다.”

고모들이 오고 안 오고가 그녀에게 큰 관건인 그녀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보고를 한다.

 

이렇게 시작 된 제사는 맏상주인 큰아들의 퇴근에 맞추어 930분에야 드린다. 식구들의 저녁상을 물리기도 전에 시누이들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젠 나이들이 들어서 운전을 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며느님과 큰아들과 막내딸이 뒷설거지를 하는 동안 나는 남은 음식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 분주하다. 고기적에 각종 전, 두부부치미에 여러 가지 나물들. 위생봉지를 펼쳐서 적당히 배분을 해야 한다.

 

둘째 시누이가 산에 올라 캤다는 냉이를 좀 남겨 달라는 큰 며느님의 귓속말에 흠치 듯 냉장고 구석에 찔러 둔 것도 봉지에 넣는다. 그렇지 않아도 귀한 것이니 줄 판인데, 다섯 시에 일어나서 아침에 즉석밥을 해 먹인다는 그녀가 신퉁하지 않은가. ~ 그래야지.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내 아들이 생선전을 좋아하니 것도 챙겨야지. 올망졸망 봉지를 만들어 쇼핑백에 넣자,.

할머니. 이거 맛있어요.”한다. ~~~~~~. 뉘 손녀라고 못 들은 척 하겠어. 산적도 넣는다.

 

봉지를 만들다가 만 가지 생각이 든다. 둘째 아들이 모처럼 서울에 출장을 와서 시방 근 거리에 있다. 최근 발령받은 부사장이라는 직책에 묶여 제사에는 침석을 못했으나 주말에는 집에 들를 것이다. 고기 전을 좋아하니 한 조각은 따로 보관을 해야지. 막내사위도 발목을 삐어 인대가 늘어나 고생 중이다. 거동이 불편해도 오겠다는 것을 극구 말렸으니 좀 챙겨야 한다. 이 부분은 누구한테 보다도 어려운 부분이다. ‘백년손님이 아니신가.

 

그런데 이번 제상 흥정은 깡그리 며느님이 맡았다. 해마다 제사나 차례 상을 흥정할 때에는,

어머니. 카드 주세요.”라고 맡긴 듯 당당하게 말하던 그녀였다. 그러나 시아버지가 사무실을 접은 마당에 그리 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남편이 더 나은 직장으로 나가게 되었으니 혹 년봉이라도 오른 걸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 그렇구나. 내가 제상 흥정을 할 때랑은 다르지.’

 

먼 거리에 운전을 하고 갈 막내딸아이에게, 고맙게도 아들내외가 뒷일을 맡으며 일어나라고 재촉을 한다. 딸이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리며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뭐 좀 가져가야 할 텐데. 사위가 못 왔으니.”

일부러 며느님과 아들이 들으라고 음성을 높이지만 반응이 없다. 막내딸아이도 친정 제사에 왔다가 빈손으로 가기가 좀 멋쩍은 지 선뜻 현관을 나서지 못하고 망설인다.

 

뒷일도 끝내지 못하고 가는데. 걔 좋아하는 관락이나 두어 개만 주세요.”한다. 며느님이 나서서 좀 싸 주었으면 참 좋겠으나 말이 없다.

네가 싸 가거라.’”하니, 봉지에 서너 개의 관락을 담는다.

너도 호박전 좋아하잖아. 몇 개 가져가지.”

그래도 며느님은 말이 없다. 그러세요 했으면 좋으련만.

 

영악한 내 막내딸아이가 낌새를 알아차렸나 보다. 어미의 맘을 읽은 게 확실하다. 11시가 넘었으니 주차장도 어두울 것이다. 주차장 배웅을 하고 싶은데 유난을 떤다 할라 싶어서 선뜻 나서질 못하겠다. 좀 뒤에 불안해서 문자를 날린다. ‘주차장 빠져나왔나?’. 금방 전화가 온다.

. 제가 뭐 두고 왔어요? 지금 터널 들어가요.”

아니. 주차장이 어두운데 잘 나왔나 싶어서. 운전 조심해서 가거라.”

 

옹기종기 묶인 봉지를 풀어 한 봉지로 만든다. 모두 며느님의 몫으로 말이지. 둘째아들과 막내딸은 또 해 줄 기회가 생기겠지 라고 자위한다. 탕국에 불린 쌀까지 짐이 너무 많아 아들이 짐을 먼저 날라다 놓는다. 집이 5분 거리이긴 하지만 2시가 다 되어서야 대문을 나서니 그도 딱하다. 낼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보림이와 며느님은, 먼 거리의 병원엘 다녀와야 한단다. 아들도 회사가 멀어서 7시에 집을 나서야 한단다. 이도 저도 다 딱하다. 아이를 씻기고 저희들도 씻으면 아마 뜬눈으로 아침을 맞겠다. 쯔쯔쯔.

 

제사를 지내기 전에 시누이 남편들이 설전을 벌렸다.

이젠 아이들이 바빠졌으니 산 사람 위주로 변해야 한다.”느니,

그래도 제사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니 지켜야 합니다.’라고도 한다.

어차피 한 분 제사에 두 분을 모시니, 한 번에 모아서 지내지요.”하는 주장도 있었다.

과연 이 시대에 이토록 힘든 제사를 꼭 지내야 옳은가?! 이건 외치지 못하는 내 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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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늘 혼자서 일을 해요.    할 수 없이 나는 할머니의                 밤에까지 엄마는  일을 해요.

그래서 나는 심심해요^^            런닝에 올라 탔어요^^                          그래서 내가 엄마를 도와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