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자 씹은 겨?
저녁 10시 반.
‘알타리김치 담궜다. 갖다 먹어라.’
좀 늦은 시각이지만 냉장고에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문자를 보냈다. 오이지를 담으려고 마트에 갔다가 때늦은 알타리를 만나 시작했다. 한 번 더 해 주마했으나, 벌써 무의 맛이 덜하더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시도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이지 담을 오이를 고르다가 무의 꼴이 제법 맛을 낼 것 같아서 시작을 했다. 뒷설거지를 마치니 벌써 12시. 샤워를 끝내고 자리에 드니 1시 반. 이렇게 힘들게 김치를 담았다는 걸 내 며느님은 알기나 할까. 자리에 들려다가 핸폰을 확인한다. 어~라 답이 없다. 잠이 들기 전, 다시 핸폰을 열어보니 역시 답이 없다.
다음 날 아침.
그새 알타리김치에서는 맛있게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에구구~. 욕심스럽게 담았더니 국물이 넘는다. 영감과 나는 치아공사 중이라 꽉꽉 눌러 담았더니…. 어~라. 그러고 보니 아직 며느님한테서는 답이 없네?! 김치통은 배가 불러오고 있다. ‘너, 내 문자 씹었어?! ㅋ.’ 웃자는 소리지만 것두 상대를 생각해야지. 며느님이 아니신가. 자칫하다가는 오해하기 십상이겠다. 문장의 뒤를 고쳤다. ‘너, 내 문자 씹었니?! ㅋ.~^^’ 좀 나은 것 같다. ‘전송’텃치.
그래도 불안하다.
‘덥기도 하고 무겁겠다. 저녁에 에비가 와야겠다.^^’ 한 문장을 더 보냈으나 역시 답이 없다.
진짜로 뭔 일 있는 겨?
이젠 해 주는 김치, 갖다 먹기도 귀찮은 겨?
내 머리는 다시 소설을 쓰려고 발동을 한다. 끄~~~~~~~~~ㅇ. 평소처럼,
‘네~. 고맙습니다.’ 한 마디면 될 걸.
2시 30분.
핸폰이 진저리를 친다. 문자가 왔다.
‘어제 보내신 문자는 보림이 재우다가 새벽에야 보고, 늦어서 답을 못 드렸구요. 오늘 보내신 문자는 이제야 읽었어요. 죄송합니다. 보림이 데리고 갈게요.’
그러면 그렇지. 보림이를 데리고 온다는 건 4시가 넘어야 한다는 말이다. 에구~. 저 맛있는 국물 다 넘겠네. 뛰어올라가서 김치를 덜어낸다. 아주 맛있는 냄새가 집안 가득하게 진동을 한다. 맛이 제대로 들었겠는 걸?!
저녁에 문자가 온다.
‘김치가 너무 맛있어요. 다 먹으면 또 해주실거죠?’
보림아~!
할미는 그때 왜 ‘그라제.’라고 답을 보내지 않았을꼬. 할미가 시어미는 시어민갑다.
사실은 이젠 김치 담아주는 거 그만 졸업 혀야 쓰겄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걸랑. 엄마도 5년차 주분디 김치를 담아 버릇 혀야쟎여~.
할미 없음 워쩔라는 감? 엄마한티 이젠 김치를 혀서 할미도 맛 좀 보이라 케라.
할미가 이젠 일하는 할미가 되야서 힘이 든다이 케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