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님이 뭔 죄여~
새로 맞은 사위의 첫 생일은 처가에서 차려줘야 잘 산다는 구전(口傳)이 있단다. 까짓 것! 딸 내외가 그래야 잘 산다는 데에야 못할 일도 아니다. 엊그제 시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그 며칠 전에 구정(舊正)도 치른 뒤, 며느님은 몸살이 났다는 아들의 전언(傳言)이다. 거기에 시누이의 신랑 생일까지 맡으라 하기엔 염치가 없다. 차려놓고 밥이나 앉아서 같이 먹자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벌인다. 첫 생일을 외식으로 때우기엔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이질 않는가.
장(場)이야 배달이 된다지만 내 손으로 옮길 것도 솔찮다. 끓이고 지지고 볶고 주무르고 또…. 그런데 하다 보니 식사를 하기 직전에 따시게 상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차례를 정해서 일을 계획하면 어려울 것도 없다. 대접을 받는 쪽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늙은 장모는 맘 먹으 대로 몸이 따르지 않아 예전 같지가 않다. 누가 이런 법을 만들었을꼬. 예전엔 듣도 보도 못한 법이로세.
7시 반에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6시경에 며느리에게 전화를 건다. 혹시 그들 나름으로 약속이 있을 수도 있지 싶다. 다행히 다른 약속은 없어서 아들이 퇴근하면 바로 오겠다고. 들어서는 며느님에게 눈치가 보인다. 이제 몸살이 좀 풀리는가 싶은데 또 부르는 거 같아서다. 아닌 게 아니라 며느님의 표정이 그닥 밝지가 않다. 며느님의 입장이 시어미 생각처럼 그리 녹녹하게 앉아서 밥이나 먹을 자리인가. 마땅치 않은 게 당연하겠다.
상을 차리고 딸아이 내외가 도착해서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를 마친다. 뭐 별로 차린 것도 없는데 설거지거리가 싱크대를 가득 채운다. 며느리가 어느새 앞치마를 입고 싱크대 앞에 선다.
“오늘은 그냥 가거라. 좀 앉았다가 내가 보림이 고모 데리고 치울란다.”하지만, 며느님의 입장에선 ‘입에 발린 헛소리’쯤으로 들리겠다 싶다. 시어미인 내 생각에도 며느님이 이 설거지거리를 두고 어찌 발이 떨어지겠는가.
이래저래 뒤치닥꺼리는 또 며느님 몫이겠다. 공연히 불렀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지척에 두고 우리끼리 포식을 하겠는가. 이래서 우리 내외는 합의를 한다. 차례나 제사가 아니면, 식구들의 생일은 반드시 나가서 외식을 하자고. 아마 며느님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내외의 생일은 제가 주선한다고 할 것이다. 날짜가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서둘러서 그리 말도록 하자고 다짐을 한다. 오늘 나는 참 어려운 일을 해결했구나 싶다.
보림아~!
할미가 잘 했쟈?
그나저나 정성껏 차려 멕였응께 니네 고모 잘 살겄쟈? ㅎㅎㅎ.
보림이가 언능 커서 엄마 좀 도와야 쓰겄다아~. 에구~ 어느 시절에 ㅋㅋㅋ.
보림아~!? 네 작은엄마가 가까이에 살면 서로 도와서 할 일인디.
작은엄마가 가까이에 살면 서로 도와서 할 일인디. 외며느리처럼
혼자 할라니께 힘이 들지 않겄냐. 워뗘. 할미가 잘 했쟈? 아, 보림이가 어서 커
도우믄 쓰겄다아~. 어느 시절에 ㅋㅋㅋ.
보림아~!
할미가 잘 하는 짓이쟈? 네 작은엄마가 가까이에 살면 서로 도와서 할 일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