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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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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2부-제2회) 며느님~! 자주 좀 부탁해


BY 만석 2014-02-08

며느님~! 자주 좀 부탁해

 

문 좀 열어주세요.”

지독한 감기를 앓는 중인데 아들 제치고 찬바람이 먼저 와락 달려들어서 눈살을 찌프린다. 들어서는 아들의 양손에 뭔가 무거운 게 들려있다. 한 냄비에는 된장국이, 그리고 또 다른 냄비에는 하얀 무나물이 들어 있다. ~! 매운 걸 먹지 못하는 시어미에 대한 며느님의 배려다. 어제 내 집에 들른 아들에게서 감기를 앓는 어미 소식을 전해들은 모양이다. 고마운 일이다.

 

그보다 며칠 전에도-

어머님은 뭘 해서 드세요?”

마침 차려진 밥상을 내려다보던 며느님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밥상이 온통 벌겋다. 김치가 벌겋고 찌개도 시뻘겋다. 콩나물무침까지도 오늘따라 고춧가루가 범벅이다. , 두부찜까지도. 유난스럽게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의 입맛을 쫒다 보니 그리 된 게다.

 

나야 뭐.”

그러고 보니 내가 찍어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 며느리가 콩나물국에서 건더기를 건져 하얗게 버무린다. 손놀림이 우악스러운 걸로 보아 못마땅한 게 역력하다.

어머니. 콩나물을 무치실 때 미리 좀 덜어내고 고춧가루를 넣으세요.”

이럴 땐 꼭 제가 시어미 같구먼. 그도 며느님의 사랑이겠다.

 

수술 첫 해에는 식구들이 모두 달려들어 제법 환자 대우를 해 주더니, 이제 6년차를 접어드니 모두들 내게서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간혹은,

이제부터 엄마는 환자가 아니셔요.”하기도 하고 남편은,

당신은 나는 환자다하고 몸을 너무 사린다고.”도 말한다.

좋은 말이다. 환자를 벗어났고 몸을 사리지 않아도 될 만하다 하니 그 아니 좋은 일인가.

 

그러나 환자라는 입장이 좋아서 환자이고 싶은 건 아니다. 시시콜콜 아픈 곳을 매일 입에 담을 수도 없어 그저 그럭저럭 사는 게다. 식구들이 병이 나면 어미는 몸 바치고 마음 바쳐 돌보거늘 그새 시들해졌나 싶어서 서운한 적이 많다. 같이 사는 식구라고는 남편뿐인데, 말없고 표현력이 없는 그에게는 수시로 섭섭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겠다?! 이제는 남편도,

아프면 당신이 알아서 병원을 가야지 내가 어찌 해 줄 수가 없잖아.”하면 그만이다.

 

병원에 데려다 달라.”면 열 일 접어놓고 선뜻 차를 대령하기는 한다. 나는 말하기 전에 먼저 서둘러주면 안 되느냐는 말이지. ‘된장국과 무나물이 필요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사람처럼 말이야. ‘예의상이거나 책임상이라도 좋다. 막내 딸년이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말했다.

엄마가 아프거나 쓰러졌다 하면 먼저 달려올 사람이 올케니까 내가 특별히 큰 선물 사왔지.”

옳거니. 그래서 먼 데로 이사를 못 간다 하지 않더냐. 것도 참 고마운 일인지고.

 

 

보림아~!

엄마한테 일러라. 된장국이랑 무나물 있잖여~.

구수하고 맵지 않아서 아주 좋던디?! 할미가 자주 좀 부탁한다구 전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