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년과 며느님 명절이면 선물을 주고받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는 재미는 부담스럽고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겠다. 뭐, 거대한 선물이 드나들 집도 아니니 그저 주고받는 재미라고만 해 두자. 작년까지는 아들 앞으로 제법 묵직한 선물이 배달되더니 올해는 각 살림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소솔한 선물꾸러미가 대문을 두드린다. 그 중에 포장이 똑 같은 종합선물 세트가 눈에 띈다. 들어있는 종류도 같을 수밖에. 에구~. 이왕이면 하나 더 였으면 좋았을 것을. 아들네와 딸네 나누자니 내 몫이 없다. 내 몫은 없어도 좋다 하니 굳이 같이 나누자 한다. ‘들은풍월(風月)’은 있어서 콩도 나누어 먹는다고 딸년과 며느님이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그래도 제 몫은 없어도 좋다 하는 녀석은 없다. 적당히 나눈 것 같은데 식용유가 문제다. 각기 다른 종류로 두 개씩이니 어쩐다? 네 개의 식용유통을 식탁 위에 얹어놓고 우선 며느님에게 묻는다. “네 맘에 드는 것으로 골라라.” 식탁 위에 얹혀진 식용유를 이리저리 돌아보더니. “TV에서 그러는데, 이게 몸에 좋은 거라네요. 어머님 두고 잡수세요.”한다. 남은 세 병을 두고 딸아이를 부르니 바늘에 실 가듯 사위도 따라 나온다. 이러저러하니 너 좋은 걸 고르라 하자 딸아이가 재빠르게, “엄마. 이게 몸에 좋은 거예요. 이거 가져갈래요.”하는데, 몸에 좋다는 식용유통은 벌써 사위의 손에 들려져 있다. 둘은, ‘잘 골랐어. 우린 맘이 잘 통해’하는 듯이 마주보며 쌩끗 웃는다. 허허~ 참. 허리를 펴며 에미가 한 소리 한다. “며느리는 ‘몸에 좋으니 어머님 자시라’하고, 딸년은 ‘몸에 좋은 거니까 제가 먹겠다’ 하네.” 딸년과 사위가 깔깔거리며, “그랬어요?”한다. 그래도 식용유는 내려놓지를 않고 끝내 제 집으로 날랐나 보다. 보림아~! 할미가 보기에는 말이여. 나이 많은 네 고모보다 나이 어린 네 엄마가 더 어른스러우니 어쩌냐. 이제 시집도 가고 했으니 철이 좀 들겄쟈?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