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제37회
오천 원의 행복
“다녀왔습니다.”
서른세 살의 큰아들이 회사에서 퇴근을 해 온다. 짜~식. 회식이 없는 이런 날엔, 데이트도 좀 하지 않고. 선을 보는 것도 싫다는 녀석이 연애도 하지 못하니 어쩌누. 아무튼 회식이 없었으니 부지런히 저녁을 챙겨야겠구먼. 이 녀석은 대문만 들어서면 배가 고프다는 녀석이다. 하던 일을 접고 바삐 일어선다.
뒤 서서 계단을 오르던 녀석이 검정 비닐 주머니를 내 민다.
“뭐여?”
“엄마 곧 강의 나가잖아요.”
그렇긴 하다만, 누가 들으면 내가 강단에 서는 교수쯤으로 알겠다. 나는 학생으로, 이제 곧 2학기 강의를 받으러 간다는 뜻이렸다. 더 물을 게 뭐 있나. 들여다보면 되는 것을.
“파일이여?”
“예. 문방구에 갈 일이 있어서 들렸다가, 파일이 보여서 사왔어요. 엄마 필요할 것 같아서......”
“어메~. 이쁜 거.”
다 큰 아들의 엉덩이를 토닥거린다.
“싸던데요, 뭘. 오천 원 줬어요.”
“싸고 비싸고가 아니여. 니 맘이 고맙지.”
그랬다. 오천 원이 문제가 아니지. 어미를 생각하고 챙겨 왔다는 게 나를 지독하게도 행복하게 만드는구먼.
그러고 보니 복학할 날자가 다가온다. 식구들에게 미안해서 혼자 기다리고 혼자 즐거웠다. 그런데 이 녀석은 엄마 복학 날짜까지도 머리에 입력을 했던 모양이다. 허긴. 내 지난해에 의논도 없이 휴학을 하고 오니, 이 녀석이 얼마나 소리를 지르던지……. 그게 엄마를 위하는 역정인 줄은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어미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노여워했었지. 내내 지금까지도 어미의 휴학을 못마땅해 하더니…….
아들아. 네가 있어서 이 엄마는 언제나 행복하다. 어미가 아니어도 동생들 때문에 어깨가 무거운데……. 아무튼 고마운지고.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지고. 어미가 대학을 졸업한다고 교수가 될 것도 아니고, 박사노릇을 할 것도 아닌데……. 그래도 친구들에게 자랑스럽다고 했더냐? 오냐. 맘껏 자랑해다오. 어미는 그래서 더 행복했었고 지금도 행복하다.
엄니요. 내가 엄니보다 아들을 더 잘 키웠지요?
“암. 그려~.”
엄니의 대답이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