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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1부 제36회) 지금은 전쟁 중


BY 만석 2009-10-06

 

1부 제36회


지금은 전쟁 중

  "먹어라."
  "걱정 말아요."
  "배 안 고파?"
  "걱정 마슈."
  엄니는 당신 아들과 매일 전쟁이시다. 차라리 돌솥밥을 지어 내라고 발버둥을 치던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엄니다. 아들이 전기밥솥의 밥을 얼마나 먹고 얼마나 남기는가를, 상머리에 지키고 앉아 매일 점검을 하신다. 며느리에게, 이제는 고집을 꺾고 돌솥에 밥을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무언의 압력도 동원. 이 나이가 적어서 말씀으로 아니 하신다고 내가 모르겠는가. 아마도 다시, '똑똑한 마누라가 덜 떨어진 지아비한테 좀 져라!'하지 않으시려나.

  사실을 말하자면, '에~라!'하고 나도 돌솥을 꺼내고 싶다. 부부의 정이란 것이 아주 더러운 것이어서, 억지로 수저를 놀리는 지아비의 모양새에 울화가 치밀다가도,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드는 것을 어쩌랴. 부처님이 아니, 공자님이 내려다보시며 가상타 하시려나는 몰라도, 곧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짓'임을 직시한다. '남아 일언이 중천금(男兒 一言 重千金)'이라면, '군자(君子)는 대로(大路)를 걷는다.'하지 않는가.

  찌게를 한다든지 국을 끓이는 시간이면 돌솥의 밥도 충분하다. 바쁜 생활이 늘상인 마누라이어서 시간을 절약하겠다는 의도는 단연코 아니다. 내 곁에서 화사한 웃음을 짓던 인터넷 동호회의 형님을 먼 나라로 보냈다. 나는 머지않아 우리 부부도 둘 중 하나는 홀로 된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 홀로가 되어서 다른 식구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새삼 힘이 실린다. 그이도 이제는 홀로서기를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그게 하늘의 섭리인 것을…….

  전쟁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래도 남편은, '먹어 주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共感)을 하는 듯하다. 억지로 이기는 하지만 주발의 밥을 모두 비우는 날이 많아졌다. 옳거니. 아~암요. 그래야지요. 장(壯)하우다. 그러나 내 마음이 아프다든가 편하지 않다는 것도 좀 알아주었으면 좋으련만…….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전기밥솥의 밥을 즐길 수도 있겠는 걸?!

  엄니요. 내가 엄니 아드님을 굶어죽게야 하겄소. 그냥 며칠만 좀 두고 보시라요. 증손주 며느리 볼 준비 중이니까요. 이왕에 시작한 전쟁이니 요번에는 끝을 볼라요. 뭘 보는 사람마다 지가 애비보다 먼저 죽는다 안 하요. 그러니 혼자 남은 엄니 아드님이 며느리한테 구박은 받지 않아야 하들 않겠소. 속상해 하들 마시고 오늘은 어서 주무시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