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제34회
시방 안 먹어
엄니는 오늘도,
"시방 안 먹어~!"하신다. 그냥 잡수시면 내 엄니가 아니시지. 그냥,
"오~냐. 먹자."하시면 얼마나 좋을꼬.
시방은 안 자시면 언제 자신다는 말씀. 가게에 있다가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불이 낳게 뛰어 올라와 밥상 챙겨서 내미는 며느리도 생각을 좀 하셔야지. 어째서…….
"그럼 언제 자실라요? 한 시간 지나서 다시 올라와유?"
내 말소리가 나긋거리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걍 놔 둬."
상을 그냥 놔 두라 하시나, 시어질 김치도 있고 데워야 할 국도 있지 않은가.
"엄니요. 우째 그리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잊어버리지도 않고 '시방은 안 먹어!' 하신다요. 챙기는 사람 생각도 좀 하셔야제."
"챙길 건 뭐 있어?"
옳은 말씀. 진수성찬의 상도 아니려니와, 다리가 휠 걱정도 없는 상이다. 그러나 그리 말씀 하실 일이 아닌데……. 만석이의 못 된 심사가 꼬인다.
아니지. 내 심사가 문제가 아니라, 엄니의 심사가 이미 꼬이신 모양이다. 왤까? 무엇이 문제일까? 내 심사도 문제는 문제다. 엄니의 심사가 꼬였을 때에는, 알량한 내 심사는 꼬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내 심사는 이미 꼬여 있다. 그러니까 이미 꼬여 있는 내 심사가 더 이미 꼬인 엄니의 심사를 포용할 여유가 없다. 이럴 땐 피하는 게 상책이다. 상을 접고 돌아선다. 푸~~~. 오늘 하루는 이렇게 꿀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