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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1부 제22회) 아들과 며느리의 동상이몽


BY 만석 2009-08-23

 

1부 제22회

아들과 며느리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아들과 며느리의 생각은 항상 다르다. 다시 말하자면 아들이 바라보는 엄니와 며느리가 바라보는 엄니는 다르다는 말이겠다.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내 손에 쥐어주는 이가 없으니 내 스스로 터득할 밖에. 더불어서 엄니의 말씀도 만사가 옳은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좀 펴야겠다.

  엄니는 종종 말씀하신다.
  “며느리가 섭섭하게 하는 건 이해햐. 내 속으로 난 자슥도 아닌디, 그만하믄 잘 하는 거제.”
  “그럼, 누가 뭐래는 소리는 섭섭하셔요?”
  “아들이 소리지르는 건 빼다구가 시리도록 섭섭혀.”
  “애비가 언제 그렇게 섭섭하게 했슈?”
  “내가 미라구만 하믄 소릴 지르잖여.”
  잠자코 앉았던 엄니의 아드님(영감)이 언성을 높힌다.
  “내가 언제 소릴 질러요.”

  “거 봐. 소리지르지.”

  “엄니가 잘 못 들으시니 소리 지를 수밖에요.”

  그이의 목청이 원래 큰 사람은 아닌데 그러고 보니 소리를 지르는 것 같기는 하다.

  그날 밤. 이부자리 송사를 시도한다.
  “당신 왜 그렇게 엄니한테 소릴 질러요. 내가 듣기에도 좀 그렇던데…….”
  “…….”
  “당신 자주 그러는 거 같았어.”
  “…….”
  “못 들으셔서 소리 지르는 것 하고는 달라.”
  “당신하고 엄니가 부딪칠까봐, 내가 가로막느라고 더 그러지.”
  옳거니. 그건 맞는 말이다. 엄니의 말하시는 중에 그이가 자주 끼어들던 적이 있었다. 아구~.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구려. 허긴. 엄니는 당신 아드님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쑤려고도 하실 양반이시니, 차라리 못 된 마누라의 편을 들고 마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엄니의 국에 넣을 고기를 저미고 있었다. 얇게 그리고 작은 조각을 내고 있었다. 세면장에서 나오던 그이가 내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여민다.
  “그걸 잡숫나? 우려서 국물을 드려야지.”
  옳거니. 이게 바로 며느리와 아들의 다른 마음이렸다. 며느리는 고기를 저미면서도 스스로 이만하면 효부라고 고집을 했다. 이렇게 작은 조각을 내서 드리니 이 마음이 얼마나 기특한가 말이다. 누구 나만한 효부가 있으면 나와 보라지. 없을 걸?! 히히. 그러나 그 저민 고기가 아니라 다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바로 엄니 아들의 마음이다. 며느리는 미처 거기까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게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거기까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만석이가 효부라는 자부심은 버려야겠다. 제까짓 제 무슨 효부라고, 쯔쯔쯧.

엄니가 요강단지를 들고 나오신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은 듯이 웃으신다.
“엄니요. 나 효부여요?”
이런, 이런. 망나니 며느리를 보았나. 엄니에게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고.
“그려~. 그만하믄 효부제.”
“아들은?”
“아들은 아무래도 좋아. 며느리가 문제지.”
“엄니는 와 왔다갔다 하신다요?”
“니가 젤이여. 아들이 또 소리 지를까비 그러는 거제.”
엄니는 쳐진 눈꺼풀이 볼 성 사나운 줄도 모르고 눈을 찔끔 감아 보이신다.

거짓말이다. 엄니는 시방 거짓말을 하고 계신 게다. 아무려면 아들보다 며느리가 나을라구. 아들과 며느리가 '同床異夢'이라고 엄니까지 속맘을 숨기실 필요는 없는데…….
“아, 며느리야 법이 무서워서 효를 하는 것이고, 아들은 법이 없어도 부모한테 효도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감?”
오잉? 지금 엄니는 아주 심오한 철학을 논하자 하신다.
“안 그냐. 며느리야 어쩔 수 없이 맘에 없는 효부 노릇을 하더라도, 그려도 죽어갈 땐 물이라도 떠다 주제. 아들은 그리 못할 겨.“
그건 아니다. 엄니가 뭔가 잘 모르고 하는 말씀이시다. 아니면 엄니가 아들에게 많이 서운하신 게 분명하다. 엄니는 아들의 겉모양만을 읽으신 게다. 아니면 며느리 듣기 좋으라는 수준 높은 철학을 하고 계시는 것이겠다. 아무튼 엄니의 아들이 만석이보다 엄니를 깊히 사랑하는 게 분명하고 확실하다. 내일부터는 그이 말대로 고기다시로 국을 끓여 드리자. 내가 스스로 엄니를 생각해서인 것처럼 말이다.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