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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1부 제18회) 철없는 며느리


BY 만석 2009-08-06

 

1부 제18회

철없는 며느리

  "목욕을 좀 해줘야지 어쩔 것이여."
  돌아보니 엄니가 누운 채 역정이 난 목소리로 투정을 하신다.
  "……."
  엊그제 병원에서 만난 낮선 아주머니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왜 기브스를 풀어달라고 그렇게 애원을 하요. 집 식구들은 기브스를 풀고 나면, 다 나은 줄 알고 부려먹을라고 한다니께."
  당신도 깁스를 풀고 후회를 하는 중이라 하지 않던가. 옳거니. 그렇구나. 엄니도 시방 내 손의 깁스를 풀었으니, 당신 목욕을 시키라는 말씀이시렸다. 이 손으로 어떻게 당신 목욕을 시키라 하시는가. 은근히 부화가 돋는다. 홱 돌아서서 현관을 나선다. 지금 생각하니 아마, 엄니를 째려본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섰다가는 거친 소리를 내 뱉을 것 같아서 급히 거실을 나서기는 했는데…….

  아래층에 내려와 생각하니 울화가 더 치민다. 아~니. 당신 아들이랑 내 아들은 아직 설거지도 해 주는데 말씀이야. 이 손으로 당신 목욕을 시키라고? 그래도 잠자코 돌아서 내려온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아~ㅁ. 잘하긴 잘했다. 한참을 혼자 씩씩거리다가 제풀에 기분을 돌려본다. 이 더위에 얼마나 씻고 싶기야 하시겠지. 못 된 것. 그럴라치면,
  "엄니요. 나, 아직 손가락이 아파요. 그냥 물이나 바르시우. 며칠 있다가 씻겨드릴게."했음 얼마나 좋아?! 팽이처럼 패~앵하고 돌아서 나오다니. 그래도 오지랖은 넓은 척 내 마음을 달랜다. 그려. 엄니의 말씀이 너무 당당하시긴 했어. 좀 더 부드럽게,
  "에미야. 내 목욕 좀 하고 싶은디……."하셨음 얼마나 좋아.


  그래도 엄니가 안 됐다. 이층으로 올라와서 좀 전에 연습한 레파토리를 엮을 량으로 엄니 방문을 연다. 어~라. 엄니가 안 계신다. 이구~. 화장실에서 물을 끼어 얹는 소리가 난다.
  "치사하다. 관 둬라, 관 둬. 니가 안 해 줘두 내, 할 수 있어."하는 엄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섭섭하셨던 게 분명하다. 어쩐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발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 나온다. 오후 내내 기분이 찜찜하다.

  저녁을 지으러 들어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입을 연다.
  "엄니요. 내 손가락이 써먹긴 해도 아직은 아프요. 내, 며칠 있다가 목욕해 드릴께"
  "이~. 아녀, 아녀. 내가 생각을 잘 못 혔어. 손가락을 자꾸 써먹응께 아프겄구먼. 혼자 물 좀 찌크렸어. 안 한 거보다 나은디?"라며 환하게 웃으신다. 오~잉? 이렇게 나오시면 안 되는데……. 그러시면 내, 할 말이 없어지는데 말씀이야. 엄니가 목욕을 요구하시고는 곧,
  "아차차." 하신 모양이다. 아구~. 이쁜 우리 엄니. 만석이는 언제 철이 들꼬. 쯔쯔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