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제15회
만석이만 죽어났네
입도 떼지 않고 엄니의 손을 잡아 이끈다. 어머니의 엉덩이는 아직도 저만큼에 있는데(죄송) 손을 끌어 컴 앞에 앉힌다. 아구~. 우리 엄니 착하기도 하셔라.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말 없이 따라와 앉으신다. 손에 둥그렇고 커다란 돋보기를 들려드린다.
"보이셔유?"
"안 벼~."
"여기 맞춰 봐유. 엄니 있는디."
"워디?"
"요기요. 요기."
컴 속에 나란히 선 당신과 내 사진을 손끝으로 가리킨다.
"이~. 참 보이네. 야~. 사진에도 허리가 꼬부라졌네."
"엄니가 꼬브라졌응께 사진에서도 꼬부라졌지요."
"에구~, 머리나 좀 손질할 거인디."
엄니는 두 손으로 당신의 머리에 빗질을 하신다.
"엄니는 이뻐서 아무래도 이뻐유."
"그럼 뭘 혀. 이래 꼬부라진 걸."
옳거니. 엄니도 당신이 고우신 사실은 인정하시는 모양이다.
"너는 참 이쁘게 나왔다."
"워디 내가 이뻐유. 엄니가 이쁘구먼. 사람들이 엄니 곱다구 하는디."
"그라믄 뭘 혀. 허리가 꼬부라진 걸."
허허. 엄니는 당신의 굽은 등이 자꾸만 맘에 걸리시는가 보다. 그래서 목욕탕에도 가지 않겠다 하시는 걸 보면, 속이 많이 상하신가 보다.
지난 초겨울.
"엄니. 목욕 가자요."
"싫어!"
단 칼에 자르신다. 의외다.
"……."
왜냐고 눈을 동그랗게 뜬 내 눈을 올려다보시며 다시 한 번 더 확답을 주신다.
"싫다구. 목욕 안 간다니께."
"와요?"
"뭐이 보기 좋은 꼴이라구 옷까정 벗구 등을 구경시켜~."
아하~앙. 엄니는 당신의 구부러진 등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신 게다.
"어떤 사람은 늙으믄 허리가 안 구부러진다요?"
"옆 집 경상도 할매는 아직 꼿꼿하잖여."
그랬다. 엄니는 당신의 굽은 등이 부끄러우신 게다. 자~, 이제 엄니의 목욕을 어쩐다?
"엄니요. 내는 어깨도 아픈디……. 엄니 따님들 불러서 목욕해 달랄 자신 있으시요? 다섯 따님 골고루 부르믄, 한 달에 한 번씩만 수고하면 되겄는디?"
"어느 년이 올거이라구."
에구~. 그도 틀렸나 보다. 만석이만 죽어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