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제11회
당신의 효도
바쁜 일거리가 있어서, 8시에야 저녁을 걱정하며 이층으로 오른다. 소파에 오뚝하게 앉았던 엄니가 반색을 하신다.
"진지 좀 자시지."
"니가 같이 먹자니께 지둘렸지."
"혼자 잡숫는 거 보기 싫어서 그랬지유. 시장하시믄 오늘 같은 날은 좀 챙겨서 자셔야쥬."
"배가 좀 고프긴 햐."
"지가 올라 온다구 뭐, 다른 거 있슈? 그 반찬이 그 반찬이지. 국이나 데워서 자시지."
주섬주섬 반찬을 챙겨 엄니와 마주 앉는다.
배가 많이 고프셨나 보다.
"나, 이거 좀 얹어줘 봐."
열무김치를 가리키신다. 젓가락질을 하시기 어려워져서 포크를 놓아 드렸는데, 그도 용이치가 않으신가 보다. 진지 그릇 위에 잘게 자른 무우청을 군데군데 올려놓는다.
"어떤 때는 반찬을 짚을 수가 없어서 맨밥을 먹는구먼."
그러시겠다. 수절증이 요새로 더 심해지신 게 눈에 보인다. 이럴 땐 요렇게 못 된 며느리도 엄니가 가엾어 보이는 법이다.
밥 위에 얹었던 보리빵 두 개를 엄니 손에 쥐어드린다. 환하게 웃으며 반가와 하신다.
"그렇잖어두 밤에 궁금허겄다 허던 참이여."
"아무 것두 없슈?"
"이~."
"빵 다 자셨슈?"
"이~. 하나 남은 거 아까 마저 먹었어. 야구루트 밖에 없샤."
요사이 당신 아들한테 심사가 뒤틀려서, 엄니 간식에 소홀했나 보다.
영가~암.
거 봐요. 나, 건드리면 엄니가 고달퍼.
당신 그거 알어? 나한테 잘 하는 게, 엄니한테 효도하는겨~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