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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1부 제6회) 애비한테 받으시라요


BY 만석 2009-07-22

 

1부 제6회

애비한테 받으시라요

  동창회에 다녀오니 엄니가 마주 나오며 닥달을 하신다.
  "왜, 애비 돈을 좀 주지. 초상집에 간다는디 그냥 나가믄 워쪄,"
  급하셔서 말의 순서도 꼬인다. 그러니까 애비가 초상집에 다녀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주지 않고 나갔다고 나무라시는 중인 게다.
  "와요. 엄니가 주셨슈?"
  "그랬제."
  당신 주머니가 축이 나서 역정이 나신 게다.
  "잘 하셨슈."
  "……."
  알아서 돈을 내 놓으라는 말씀이신 줄을 내가 모를 리가 있나. 그러나 한 마디로 끝을 내는 며느리의 대구에, 엄니는 어안이 벙벙하신 모양이다.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니, 엄니는 아까 서계셨던 자리에 아직도 그렇게 서 계신다.
  "와요."
  "애비 돈을 좀 주지."
  으하하하. 돈을 달라는 소리는 못하시고, 애비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것만 자꾸만 되뇌신다. 에구~. 딱하시지. 아장아장 걸어 소파에서 머리를 외로 꼬고 앉아계신 엄니가 안 됐다.
  "엄니요. 돈은 아들 주고, 와 나보고 말씀하신다요."
  "그럼 워쪄, 조상은 가야 한다는디, 에미가 없다구 들락날락 하니……."
  "긍께. 아들 빈 주머니가 워째 며느리 땜시라요."
  "니가 애비 월급을 받응께."
  "지난달은 아이들 월급 모자란다구 내 돈 다부 뺏어 갔슈. 나두 애비한티 받아야 살것소."
  "……."

  엄니는 거실 소파에서 한 동안 같은 자세로 요지부동이시다. '내 놓지 않음 이대로 난, 굳을란다.' 하듯 시위를 하신다.
  "월마라요."
  "이~, 10만원."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직고 하신다. 10만원을 손에 쥐어드리며 다짐을 한다.
  "엄니요. 다음에는 애비가 꾼 돈은 애비한테 받기요이~?!"

  "이~ㅇ. 그라제."
  만 원권 10장을 받아 든 엄니는, 아장아장 바삐 걸어 당신 방으로 들어가신다.

  에구~. 귀여운(죄송) 우리 엄니. 시방쯤 엄니는 만면이 웃음바다이시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