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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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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1부 제2회) You win!


BY 만석 2009-07-14

1부 제2회 

YOU WIN!

  오늘 아침.
  엄니가 바쁜 걸음으로 내게 다가오신다.
  “애비 혈압 약 있냐? 떨어지지 않었어?”
  “있어요.”
  “지난번에 내 것만 사왔는디…….”
  영감의 아니, 당신 아들의 혈압 약을 통 채로 들어다 엄니 눈앞에 들이민다.
  “이~. 지난번에 내 것만 사왔응께, 떨어졌는가 물어봤어.”
 

  만석이의 못 된 심사가 또 요동을 친다. 아, 이왕이면 하기 좋고 듣기도 좋게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고 해 두자. 구부러진 손가락을 엄니 앞에 내밀며 말한다.
  “엄니요. 내 손가락이 아직도 아픈디. ‘돈이 없어서 병원도 못 가는가?’고 좀 물으시지.”
  “이~. 그러게 돈이 없어서가 아니구. 에미가 바뻐서 애비 혈압 약 떨어진 걸 못 챙기나 허구 말이여.”
  여전히 당신 아드님 말만 하신다. 그만 해도 족할 것을.
  “엄니요. 그게 아니구. 내 손가락이 이런데,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느냐구 좀 물어보시라구요.”
  엄니의 시원찮은 청력을 걱정해서, 내 언성이 좀 높았던 모양이다. 갑자기 엄니는 두 손을 양 옆에 붙이고 차려 자세로 초등학생처럼 머리를 숙여서,
  “예에에~. 알았십니다.”하신다.

  순간, 허리도 못 펴고 그 굽은 등을 한껏 더 굽히시는 엄니께 황송하다. 나는 손녀딸아이에게 하듯이, 엄니의 두 볼을 내 두 손으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 내 이마를 엄니의 이마에 들이대고 비비며 어리광을 부린다.
  “오호호호. 아이구 우리 엄니, 그게 뭐래요.”
  “니가 가리켜 주니께 배운 대로 해 본 겨.”
  같이 웃고 넘기자는 엄니의 넉살이다. 아니, 지혜로운 역정이시다.
‘내 참. 더러워서…….’하시는 엄니의 노여운 마음이 보인다. 엄니의 그 마음을 읽지 못하면 만석이가 아니지.
  ‘내 참. 더러워서…….’하시는 것보다 더 가슴이 아리고, 그래서 시방 내 눈가가 젖어오는 데에야 엄니의 기지를 어이 만석이가 모를까 보냐.

  그런데 돌아서서 아장아장 당신 방으로 걸어가시던 엄니가 다시 돌아서신다.
  “그려서. 돈이 지금 그렇게 없다는 것이여? 애들 월급 준다구 애비가 다 갖구 갔어?”
  나도 말을 그냥 받아서는 재미가 없다.
  “와요. 엄니가 주실라요?”
  “이~, 나 돈 있는디.”
  “싫어유. 엄니 옆구리 찔러서 절 받는 건 재미가 없구먼유.”
  “아녀. 진짜루 돈 있어.”
  엄니는 꼬장지의 주머니를 더듬더듬 더듬으신다.
  “됐슈. 엄니 살 같은 돈을 워찌 내 주실라요. 그라고 또 몇 밤이나 못 주무실라요?”

  세면을 하며 고부간의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막내딸아이가 문을 열고나서며 급히 제 어미를 부른다.
  “엄마, 엄마."
  깜짝 놀라 돌아서는 에미에게 딸아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You win! You win!”
  “…….”
  영문을 몰라 엄니만큼이나 멀뚱하게 섰는 나에게 딸아이가 내 등을 두들기며,
  “그만 해 엄마. 더 하면 엄마가 지는 거지~이.”한다.
  요런, 요런 영악한 딸년을 보게나. 누가 요리 영악한 딸년을 두었을꼬. 꼭 제 에미를 닮았구먼.
  흐흐흐. 오늘은 왠지 하루가 즐거울 것만 같다.
  “Yes. I wl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