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해서 한 숨잤음 하는 순간, 핸드폰이 날 경쾌하게 부른다.
여보세요? 하자...
전화 저 쪽 끝에서 들리는 중후한 남자목소리, 어......혹시..... 00아니예요? 한다.
네. 맞는데요...
저...00초등학교 나왔지요?
그런데요? 근데 누구세요?
어....나...000야. 몰라? 나.....000오빤데... 왜....너..하고 같은 동네살았잖아. 학교도 같이 다녔었는데....
이쯤되니 떠오르는 얼굴하나있다.
눈은 와이셔츠단추구멍만 하고, 피부는 빈티나게 새까매가지고,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는게
짓굳은 장난질은 얼마나......해댔었는지....
생각해보니 그래도 쬐끔은 순박하기도 했던......
음~~`어머, 너였니? 난 또 누구라고....근데, 넌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니?
야, 이제 확실하게 기억나나부지? 야! 나, 너 무지하게 찾았다. 찾기 되게힘들더라...
내가 안뒤진데가 없다.....
이래서 시작된 옛날 추억담을 핸드폰으로 35분정도 떠들었을 무렵,
야! 나, 너 보고싶어. 한번보자....한다.
한번보자는데 왜??? 남편얼굴이 떠오르는지?......나..참.......
어디서?
글쎄....너 지금 어디있니? 내가 너있는데로 가께... 그게 낫겠다.
그말에 또... 난.... 남편얼굴을 맞대고 있다.
쉽게 포기할 것같지않은 강한목소리......
그럼, 나, 어디어디인데 그리로 와....해버렸다.
그래서......우린.....만났다.......
너무나 변해버린 서로를 보면서 서로 눈치채지 못할거라 여기며...서로 실망하고 있었다.
동네사람, 부모님, 형제자매, 친척들, 결혼생활, 배우자만난얘기, 자식얘기, 몸 아픈얘기.........
3시간이 흘렀다.
야.... 너 참 이쁘더니...... 너도 많이 늙었다....
그말에 괜히 화가 나서는,
야, 그럼 30년이 넘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33년이야!!! 너!!!!, 뭐, 너는 안늙었는줄아냐!! 뭐...너도 늙었어....
쏘아붙힘을 당한 채 웃으며 하는 말,
그래! 그렇게 흘렀지? 나 그때 너 무지하게 좋아했다.... 혼자 말도 못하고....
저녁 때가 되면 동네에서 빈둥대며 너를 기다렸었어....
니가, 저 쪽에서 오면 엄마보듯 쫒아가서 니 가방 들어다주고 그랬는데....... 너, 모르지?.....기억나냐?
누가 너 좋다는 놈 있으면 찾아가서 쌈질하고 그랬다....하하하...맞기도 하고...때리기도 하고...그랬다....
그랬었나? 기억이 없다. 막연히 쟤가 나한테 잘해준다는 생각이 들긴했다.
그랬니?.....호호....그랬구나...웃어버리자,
난, 너, 결혼했다는 말 듣고 한참동안 방황했다....그바람에 돈도 많이 날렸어....너, 몰랐지?...
음....몰랐어...그랬구나 ....그저 또 웃었다.
내가, 널 꼭 찾아서 얼굴을 봐야겠다 생각하면서.......꼭 그러고 싶었어.....
그리곤 웃는다.
왠지 아니?.....니가, 내 첫사랑이였거든....하하하.....너, 그때 정말 이뻤어, 진짜 이뻤다니까.....하하하하...
그걸 진작 말하고 찾아왔으면 좀 더 이쁘게 차려입는 날로 정해서 만났을 것을...........
내가 뉘 첫사랑인지, 알았어야지.......에궁....
너무 실망시킨 것같아 속이 상한다.
아까 온다고 했을 때 이삼일 있다가 보자고 할껄....후회가 된다.
어쩌나....이미 벌어진 일 인걸....
33년 전의 첫사랑을 찾아온 남자의 마음이 어땠을까?.......
저녁에 난 입이 닫혔다. 머리속엔 온통 그애 생각이였다. 실망을 주어서 미안했다.
그러면서 남편에겐 비밀로 하고 싶었다. 왤까?....?
남편의 첫사랑은 내가 아닐테지?......
아! 정말 내가 뉘 첫사랑인지 알았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