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벼르던 딸아이와의 데이트
결국 또 싸움(?)으로 끝나고야 만다
이상하게 난 아들하고는 잘 지내는데 딸애와는 두시간이 지나면 곧 피곤해진다
아니 실은 짜증이 난다는 표현이 더 옳다
둘이 맘도 더 잘맞고 여자이니까 관심사도 비슷하건만 딸과 엄마의 그 알수없는 미묘한
갈등이 반복된다
딸의 모든 기분은 결국은 아빠가 풀어주는 걸로 끝을 내고, 난 내심 이런것들이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체 버릇이 나빠진다고 투덜거린다
결국 남편은 나와 딸 사이를 진정시키며 화해시키는 역할을 해 내는꼴이다
하지만 딸의 여리디 연한 심성때문에 밖에서 일을 하면서도 늘 장문의 멀티메일을 보내곤한다
널 사랑한다
고맙다
기대한다
함께 꿈을꾸자
끊임없이 사랑과 관심을 표현한다
딸,,,
그 여리디여린 한 포기, 화분에 심어진 고운 풀잎같다
아직 피지않은 꽃이기에 그 꽃을 피우게 하기위해 온갖 정성과 사랑을 바친다
어쩌다 시들어가는 이파리를 보면 마음 아파하고 상처라도 생길까 온통 집중해 다시 생생하게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그렇게 엄마아빠에게 모든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듬뿍 받으면서도 며칠 아이의 눈빛을 찬찬히 바라봐주지
않고 쓰다듬어주지 않으면 그애는 아프다
아파서 금새 시들시들해진다
며칠을 심하게 앓고 난뒤 아이에게 재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신경쓰지 못한 미안함 맘에 주말에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한건 내가 먼저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사무실근처 쇼핑몰은 언제나 젊은이들이들이 넘쳐난다
점심 먹으러 왔다갔다 할때만 이용하는 곳이지만 젊은이들의 명소가 되다시피한 코엑스몰을 몇시간씩
누비고 다니다보니 슬슬 아이의 표정이 바뀐다
딸애가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셀러드를 먹고 영화를 보러 메가박스를 갔지만 별로 둘이 일치하는 영화가 없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는 이미 다운받아 본 영화였다
봄자켓을 하나 사주려고 여기저기 다녀도 그애의 맘에 드는게 없다
“금방 3월인데 더 많은 봄옷이 쏟아져 나올텐데,좀더 기다리면 안될까?“
여기저기 악세서리며 팬시점을 헤집고 다녔다
“책좀 사줄까?”
“싫어...”
아이의 입이 나와있다...
조금 자제하는 눈치가 보인다
자기성격을 아는 딸에도 뾰루퉁한 표정을 안보이려 애쓰고 나도 한두번은 못본체 지나쳤다
16세가 입어야할 옷은 흔지않다
몸도 얼굴도 자라지 않아 몸에 맞으면 얼굴이 우습게 되고 얼굴에 맞는 옷은 본인이 유치하다 마다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