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불어 우울한날.. 아침부터 괜한 심통을 부렸다. 출근을 하지 못하겠다고 사장님(남편)과의 출근을 거절했다. 나홀로 집안에 갇혔다. 이제 탈출만 하면 된다. 봄 나들이를 위해 고대하던 내 은밀한 연인과 함께 바람을 맞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를 하는내내 나는 그와 속삭인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 무엇을 입을까 . 무엇을 먹을까 . 아,그는 왜 그토록 내게 궁금한게 많은것인지... 오랜만에 뻥뚫린하늘. 맑고 파란 하늘. 봄은 바람을 쫒고 바람은 봄을 쫒으며 자지러지고 있었다. 바람따윈 건들거리던 간들거리던 상관없다. 내 몸에 닿기도전에 부서질 바람. 바람보더 더 세게 뒤엉킨 마음에는 바람보다 강한 전류같은게 흘렀다. 은밀한 유혹도 그 전류때문이리라. 봄의 전류는 처참하다. 찬란한 봄꽃의 최후처럼... 나도 그리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두려워 할 바람은 없다. 바다를 보려는 계획을 바꿔 한강을 거슬러 북한강 쪽으로 올라갔다. 도로와 맞닿을만큼 가득 차오른 강. 잠길것 같은 느낌은 평온했다. 왜지... 나와의 동행을 선택받은 그는 묻는다. 그러나 무슨 바람이냐 묻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이해하주고 보듬을 뿐이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기슭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물살이 바람에 조각조각 떠나니고 있었다. “퍼즐같애...” 나는 중얼거렸다 “나도 잘려 나온 조각같애... 근데 다른 조각들은 보이지 않아. 너무 완벽해. 빈틈이 보이지않아. 내가 잘려 나왔으면 빈공간도 생겨야 할텐데 그 자리가 안 보여. 나 없이도 꽉찬 그림...“ 조용히 듣기만 하는 그가 말한다. “그건 외로움이나 고독하곤 다른거야. 삶의 고달픔이지. 완전해질 수 없는 인간의 한계야. 어때? 인간에 한계에 도달한 기분...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는 기분 안들어?“ “아직도 성장하냐구? 아,그렇구나. 그래.. 아이가 어릴적 이유없이 다리가 아프면 성장통이라 위로해주곤했지. 나보다 출쩍 키가 커버린 지금도 아이는 성장통을 겪지. 제2의 성장통,제 3의 성장통은 계속 이어지겠지. 나에게도 성장통이라 진단해 주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왜냐면.. 성장통은 좋은거니까...“ 점심을 먹는 동안 우린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간간히 연인처럼 친구처럼 속삭였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 내 안의 또다른 나. 나와 나의 만남. 우린 강물처럼 다시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자유롭게 흘렀다. 그렇게 하루. 바람난 나와 내가 하나가 된채 봄바람에 가슴을 씻어내렸다. 미움,원망,분노... 쌓여있던 화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오늘, 화로 무장했던 전류가 처참하게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봄의 전류는 처참했다. 찬란한 봄꽃의 최후처럼. 나의 바람도 결국 그리 되었다. 그러나 해마다 찾아올 나의 봄은 여전히 찬란하리라. 봄은 맞이하는 감동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