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여러곳에 전화를 건다.
내가 오전에 전화기를 든다는건 꽤나 심심하단 증거이다.
부재중...
부재중...
부재중은 친절하게 크리스마스 케롤송까지 들려주며 내 기분을 다독거려준다.
아,모두들 바쁘구나.
그런데 나만 왜 한가하지?
이상해진다.
문득,내가 정상인지 그들이 정상인지 의문이 생긴다.
그들은 무슨일을 하는걸까.
그들이 진정 원하는 일들을 하면서 바쁘게 종일 집을 비우고 있는걸까.
내게 언니가있다.
하나밖에 없는 언니.
언니란 얼마나 정겨운 언어인가.
엄마 다음으로 다정한 언어이기도한.
언니는 일주일 내내 바쁘다.
언니가 할애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봉사라 이름 붙여진다.
나는 가끔 언니가 보고 싶다.
단둘이 차를 마시며 옛추억에 젖어 회상을 하고 아이들(조카) 데리고 여행도 다니고싶다.
남편들과 더러 술자리도 함께 하며 친밀해지고싶다.
그러나 언니는 바쁘다.
언니는 시간이 없다.
언니의 봉사때문에.
때로 집안의 모임이 있을때도 언니는 봉사때문에 자칫 집안 일을 미루기도한다.
봉사의 의미가 무엇일까.
현대인의 개인주의는 점점 하나로 좁혀져간다.
더 이상 가족에 속하려 하지도 않는다.
내게 쉼터가 될 그 어디론가 튕겨나가려한다.
그래서 봉사든 모임이든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며 자신을 확인하려든다.
홀로선 자신말이다.
그토록 외쳐댔던 예전의 홀로서기의 외침이 성인이 된 후에 한번이라도
이루어진 적이 있었던가.
홀로서기란 없다.
인간에겐 애초에 불가능한것이다.
바쁜것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래서 온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여 피곤해, 정신없이 잠자리에 들고 다시 일어나 또 바쁘게
지쳐가는 사람들.
지치고 고단해지기 전 까지의 수위는 나름대로 조절할 일이지만,
바쁜것이 결국 자신에게 얼마만큼 가치있고 중요한것인지...
그 바쁜틈으로 누군가 비집고 들어올 틈새는 내어줄 수 있는지...
한가함으로 스며드는 삶의 질책들...
괜히 심통이 나나~~~
지루한 계절 조금 더 견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