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불닭(불타는 닭)이 먹고 싶다고했다.
아빠는 닭은 안된다고 했다.
닭알도 안된다고했다.
굳이 안먹어도 되는걸 먹을 필요는 없다나.
나는 눈을 흘겼다.
"별나긴....
라면 먹을때 계란 넣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그리고 저번에 시청에서 점심먹는데 공무원들은 영영사가 해주는대로
다 먹드라 모, 그날 닭도리탕 얼마나 맛있었다구.."
그치만,덩달아 나도 조류독감 기사가 나온 뒤로 닭에게 미안하지만 봐도
본체만체했다.
남편이 출장을 갔다.
며칠 사무실에 나가야 하니 딸에게 점수를 좀 따야할거 같다.
업무종료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전화를했다.
"민주야 너 불닭 먹고 싶다고 했지?"
"어!"
대번에 오케이 사인이다.
실은,그 불닭인가 물닭인가는 술 좋아하는 남편이 우리에게 길들여 놓았다.
지난 여름 한참 드나들던 그곳을 아침 수영을 한다면서 술도 멀리하고
그동안 발길을 뚝 끊었다.
그 참에 딸아이가 생각이 난 걸테고,사실 나도 가끔은 한 여름밤에 시원한
생맥주에 온 식구가 몰려나가 모기에 뜯겨가며 오손도손 더위를 ?던 기억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남자 이렇게 바뀔줄이야...
저 먹기 싫음 그만이지 왠 조류를 끌어다 들여 멀쩡한 닭을 욕보인다니...
그러니까 나는 남편 없는 틈에 아이들을 꼬드겨 아파트 근처에있는
그곳엘 간것이다
주인이 오랜만이라며 이사가신줄 알았다며 너스래를 떤다.
아빠 몰래 불량(?)식품을 먹는 아이들과 나.
먹고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뭐,이런 황당한 주장을 품고 사는
엄마는 아니지만, 내 귀여운 아들딸들에게 최소한 입이 즐거워야할 권리를
찾게 해주는 용감한 엄마임이 증명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