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남이섬에서"책나라축제"가 열린다고 하여
독서회원들과 함께 떠났다.
출발하기전 인터넷으로 남이섬을 검색해 보았다.
북한강에 떠 있는 반달 모양의 남이섬은 원래 섬이 아니었으나, 청평댐이
세워지면서 주위가 물에 잠겨 섬이되었다.
조선 세조 때 병조판서를 지내다 역적으로 몰려 28살 젊은나이로 요절한
남이장군의 묘가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남이섬이라 부른다.
짧게 요약되어 있었지만 그나마 지나쳤을 일이다.
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배를 타기 위해 뱃터로 다가가니 한눈에
남이섬이 보인다.
뱃터에서 바라다 보이는 자그마한 남이섬은 옛모습 그대로 인것 같다.
소풍,데이트,그리고 가족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때때로 찾아보았던,그리고는 아주 오랫만에 찾아본 곳이다.
물살을 조용히 가르며 출렁이는 짧은 시간이 꿈결같다.
섬에 다다르니 옛기억에 잠시 한쪽 가슴이 뭉클해지기도했다.
반가움에 이은 낯설음에 또 다른 한쪽 가슴은 잠시 혼란스럽다.
다행일까 아니면 안타까움일까.
변하는것은 진리이니까 내가 변한것 같이 너(남이섬)도 변했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조화일뿐이라고 위로해야지.
그래서 다행이야 생각하고는 긴 다리로 도도하게 걷는 타조처럼
당당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양한 문화시설과 영화 촬영지로도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이곳은
해마다 관람객들이 넘쳐난다고했다.
안데르센 홀, 유니세프 홀, 레종 갤러리, 녹색가게 체험공방, YWCA환경과
생명터, 화석원(분재와 수석 전시관),그때 그시절 전시관, 노래박물관,
동요배우기 소리둥지관등을 잠깐식 둘러보고 오늘 일정에 맟춰 책나라축제
특설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세계각국의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공간공간 작지만 아담하게 구며놓은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봄향기 보다 더 짙게 베어 나오는 책이야기에 흠뻑
취했다.
자연속에서까지 책냄새를 맡아야 하냐고 누군가 웃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자연과 함께 어울러질 우리들이 아닌가.
그곳에서 우리가 배우고 힘을 쏟을 만한 공간에 책도 포함되니 그역시
필연조건이 아니던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며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니 유난히 나무가 많다.
앞으로 남이섬을 "자연생태박물관" 으로 세계 박물관학회에 등록하려
준비하는 중이란다.
그 유명한 메타쇄콰이어 가로수 그늘에서는 사진촬영을 하느라 한참을
기다려야 할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며 오랫만의 나홀로 나들이를 즐기는 순간이었다.
말로는 좋은곳에 왔으니 집안일 걱정말고 우리끼리 맘껏 즐기자지만,저마다
마음속엔 두고온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하고 싶은 순간이었으리라.
수목류에서 초화류 야생동물까지 다양한 생식물들을 하나하나 보려면
하루가 짧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넓지 않은 규모에 걷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강을 끼고 남이섬
한바퀴를 오손도손 이야기 하면서 걷기에는 아주 그만이었다.
북한강에 잠겨있는 남이섬에서 바라보는 강은 강이라기 보다는 호수처럼
평온해 보인다.
사시사철 흐르지도 않을것 같고 그래서 변함없을것도 같다.
오랫동안 바라보니 있으려니 한폭의 수채화처럼 눈에 가득 차오른다.
이곳저곳 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카메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그 중에는 외국인도 끼어있다.
그들도 모두 같은마음으로 소중한 곳을 찾아온 사람들일게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서로가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라 느끼는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그래서 소통되는 언어는 어느 언어보다 더 소중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능하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좋은것들만 취하려 노력하게된다.
그건 욕심이기 보다는 내 속에 있는 나쁜 습성들을 쫒아내기 위한 주문처럼
순수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인듯 싶다.
하긴 그것도 따지고 보면 욕심일 수도 있지만 자연스런 욕심이라 우기고라도
그리하고싶다.
그래서 언제나 좋은 모습으로 곱디곱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남이섬은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어갈 것인지....
모든것을 바꾼다고 해서 새로워 지는것은 아닐것이다.
남이섬의 모습은 분명 바뀌었고 생기가 살아나고 활력을 더해준다.
그것이 비단 개발되어지고 변화된 외형적인 힘 만일까.
20년전에도, 10년전에도, 찾아 보았던 남이섬이다.
한동안 잊고 다시 찾을때마다 그 반가움이란 이루말할 수가 없다.
그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변한다고 모두 다 아름답지는 않은것처럼,변화하되 고유의 것을 지킬것
언제고 다시 찾는 사람들에게서그 힘을 느끼게 해주는것.
그것이 남이섬의 힘이라 생각해본다.
변하였지만 변하지 않는,그건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가능한 지켜야할 의무나
예의처럼 누구나 그러하기를 바래본다.
좋은것만을 보겠다며 주문을 외듯 살아가는 나처럼, 배를 타기전나는 남이섬에게 똑같은 주문을 걸었다.
많은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받아내느라 당분간 몸살을 앓겠지만 언제나
자신을 지키며 건강하라고,그런 노고에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게 힘이라고
작으나마 내 한쪽의 힘을 실어 본다.
자신만의 힘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 결코 흔들림없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들끓는 인파속에서도 구김살없이 환한 모습으로 변함없이 인파를 맞아준다면
또 다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으리라.
다시 10년후가 될지도 모를,그때에도 한결같은 모습과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만날수 있다는 생각에 벌서부터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그때에는 우리들만의 축제를 하자고 약속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