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인지 문화교실에서인지 아님 아직도 그 차안에 그대로
갇혀 있는지 모르겠다.
시청 문화교실에 마악 도착했을때 나는 남편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문득 남편의 대답이 궁금해졌던건 한참 연습을 하던 도중이었다.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차안에 있겠지....
그리고 두시간 후, 차안에 있어야할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제 발로 휴대폰이 뛰쳐나간게 아니라면,설령 그것이 발이 달려 있더라도
내게서 도망칠 이유도 없다.
나와 조금 오래 지냈다는것 말고는...
그러나 살아오면서 내 물건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물건들이 사라진적은
한번도 없다.
내가 사용을 안 하거나 내가 처분을 할 따름이지.
확실한건 나는 그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더 정확한건 내 의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제 한 친구가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는 말을했다.
"야,전화 오면 받고 ,필요할때 걸고, 문자 되고, 그러면 되지 바꾸긴 뭘 바꿔~
신세대도 아닌것이"
이렇게 무심히 말했던 내가 아니였나.
내 휴대폰에는 100여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등록되어있다.갖고 있는 통장의 계좌번호와 식구들의 음성녹음과 내18번 노래방몇곡.
그리고 뱅크온 기능,대중교통 이용시 얼마나 편리한가.
구입한지 2년정도 되었으니 이년전의 젊은 내가 수두룩 담겨 있는 앨범도 있다.
나에게 일이년은 10년 20년같다.
늙어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이년전의 내가 얼마나 젊었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 한켠이 시리다못해 저린다.집에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 나 어떡해... 핸드폰 잃어버렸어"
"잘됐네 바꿀때 됐는데.."
이남자 당장이라도 새로운 핸드폰을 사가지고 올 기세다.
휴대폰을 찾고 싶은 마음에 그날 주차장을 한참을 헤맸다.차안도 여러차례 살펴보았다.
주로 진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휴대폰은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손 안에 잡히는 그것을 나는 항시 주머니 아니면 내 손에 담고 다녔다.
전화가 걸려 올때도 없는 그것을 음악소리가 나면 남에게 실례가 될까 항상
매너모드였다.
그래서 내 전화기 별명은 매너모드다.
내 물건을 애지중지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굴리고 다녔다.
아이들이 만지고 놀아도 가끔씩 집안에서 잃어버려도 씩씩하게 다시 내 앞에
나타나곤 했었다.
많이 정이 들었다.
눈에 선하다.
마치 잠시 아이를 잃어버렸을때처럼 어디서 금방 툭 쳐나올것만 같다.
오후내내 불러보다 결국 하루도 기다리지 못하고 일시 정지시켜 버렸다.남편은 바로 그날로 새 휴대폰을 가지고왔다.
왠지 모를 미안함,부끄러움...
내 물건에 대한 소훌함으로 자책이 드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날,마지막으로 휴대폰이 한일이 있다.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여보 사랑해..."
그 마지막 말을 전하고 사라진 휴대폰...
나는 그래서 그것이 못내 아쉽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