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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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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졌어~


BY 햇반 2005-05-20

   

“차 내줄테니 다녀와”.

“싫어! 저 차는 꼬졌어. 난 엘레상스하고 뷰티플하고,

저차하고 나하고 이 찬란한 계절에 어울리기나 해?“

그래도 남편은 차를 두고 출근을했다.

 

엄마가 관절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제 엄마도 드디어 노인병에 입문을 하게됐다.

산으로 들로 날고 뛰던 엄마,봄이면 봄나물을 뜯으러 이산 저산

헤비고 가을이면 도토리에 갖은 열매를 따 모으며 동물들 양식을

염치없이 축내던 엄마가 말이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기 싫은건지 입원하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는지

엄마는 관절 말고 다른데 이상이 있는거 같다고 우긴다.


경춘도로는 언제봐도 아담하고 친근하다.

강원도를 벗어나 서울도심서 생활하다보니 내안의 바다도 깊어졌을까.

북한강이 한강에 비해 턱없이 작기만하다.

내 바다는 아마도 초록일것이다.

깊디깊어 누구도 범접할수없는,누구도 헤아리길 원치 않는 속깊은

물줄기를 간직하고 있을것이다.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지나치는 강변도 초록천지다.

강원도를 숨겨놓은 땅이라 했다던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같은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성스러움이 묻어나는

강원도 깊은 산골 마디마디서부터 희끗희끗한 꽃들이 내려온다.

아카시아...

 

다리만 조금 불편할뿐이지 엄마는 아픈사람 같지않다.

외식을 할만큼 외출도 자유롭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혼자 집에서 생활하느라 불편함을 토로한다.

엄마는 평생토록 해 온 내 앞에서 며칠새 불평이냐며 타박을 한다.

나를 보자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이 아이들같다.


일주일 전에 시어머니가 오셨다.

언제나 아프다.

하루종일 아프다.

병원가는것이 하루일과다.

이젠 내엄마도 아플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도 아플것이다.

그들의 고통에 자식들은 지치고 고단할 것이다.

아이들이 어주 어릴적엔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도 늘 부족한듯했다.

아프다고하면 밤샘도 마다 않고 그러고도 아프고 모자란듯했다.

부모와 자식의 공간은 어느만큼일까.

공간을 느낄 수없이 꽉 메우고 탄탄하게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유지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크고 어른들이 돌아가고 남은 자리에 나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있을까.


서둘러 일찍 돌아오는 차안에서 무릎이 아팠다.

혼자 멀리 운전을 하고 다녀오기는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나보다.

차가 밀릴때마다 번갈아 밟아대는 오른쪽 무릅은 내 무릎이 아닌듯,

엄마한테 전염이라도 된건가...


95년산 무쏘...

난 아침에 그 차를 꼬졌다고했다.

그 튼튼한 무쏘를 난 꼬졌다며 엘레강스며 뷰티플을 찾았다.

꼬진 차만도 못한 나....

나도 점점 꼬져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