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무장한채 아파트 곳곳을 짙은색으로 점령할듯 조여온다.
제 아무리 무장을 했다하나 만개한 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어둠은 금새 꼬리를 내릴것이다.
환한 꽃들이 축제를 벌이듯 여기저기서 번쩍거리기 시작하자
어둠은 순식간에 꽃 바위틈으로 쏙쏙 스며든다.
헤벌쭉 벌어진 입으로 실실 웃음을 흘러나온다.
오모모...
오모모...
왠일니니...
왠일이니...
바위틈에, 또는 가로수 낮은 화단에 즐비하게 늘어진 철쭉,
진달래, 라일락 그리고 이미 한줌씩 떨어져 바닥에 수북히 뿌려진 꽃잎들.
멋진 최후다.
오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초저녁.
꽃들은 지는 모습조차 숨막히도록 아름답다.
꽃에 취해 아파트를 가로질러 운동을 하러간다.
아파트 맞은편 동에 사는 친구가 책을 선물로준다.
지난번 모터쇼 티켓을 준 사례인가보다.
책 제목을 보며 또 다시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가끔 내 의사와는 달리 내 손에 주어지는 책을 볼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
이책을 다 읽을 즈음 난 얼마마큼 지식과 감성의 양이 부풀어져 있을까...
아니, 어떤 것들은 그 반대의 경우도있지...
내 가슴의 살을 도려내듯 상처를 자극하는 경우도...
내 감성을 자극해 며칠내에 살이 쑥 빠져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도...
그러나 나는 그런것들을 개의치 않는다.
그 어느것도 나의 것은 저 찬란한 꽃들처럼 피고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으로 살아가는건 단지 한순간을 위함이 아니다.
저 자연속의 생명들처럼 언제나 겸허할 일이다.
지속적이고,낮아지고, 인내하며 고난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야만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찰라...
그 화려함의 막을 내리고 다시 내리막길을 달려가야만 할때의 그 겸허함,
그것을 배우려는 자세...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나는 언제나 그리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