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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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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어머니


BY 햇반 2005-04-18

 

지난해 봄 시어머니가 한달여간 우리집에 머물러 계셨을때 모임이 있었다.

일찌감치 저녁준비를 해 놓고 모임이 있으니 나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그러냐며 다녀오라했다.

마악 나서려는 뒷모습에 대고 건성으로 물으셨다.

“무슨 모임인데...?“

궁금하지도 않은데 예의상 물을거란 생각에, 또 내가 어디에 간다 한들

대수롭지 않게 넘기리라 마음에 얼떨결에 “아,예.좋은 어머니 모임이요.”

말하고는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친구들을 만나서 오늘만큼은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어머니가 되려는 친구들은 좋은엄마의 필수는 건강이라며 여느때보다

더 열심히 저녁을 먹었고 자녀교육이다, 남편과의 문제다, 집안사정등 수다떨기의

시간이 지나고  앞으로 더욱 좋은 어머니가 되려는 다짐을하며 노래방에 가서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마음껏 날려보냈다.


봄이오면 남편은 어머니 생신을 기억한다.

나보다 더 열심히 전화를 하고 나보다 더 열심히 자신의 어머니를

챙기는 남편을 보며 내 일을 빼앗는다는 기분이 든적도 있었다.

남편이 어머니에게 무심한 듯 하면 내가 더 알뜰히 살필텐데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이 그렇게 하면 아내도 더 잘 하겠지 하는 맘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심리를 잘 이해 못하는 남편의 천성에다 대고 이렇다 저렇다 한들

그저 내 몫을 하기싫은 나태함으로만 비쳐질까하는 부질없음...

 

남편은 어머니 생신 즈음해서 얼마간 어머니를 모시고 싶어한다.

따뜻한 볕이 드는 집에서 아파트 단지내에 온통 꽃천지를 감상하며

봄이랑 햇살이랑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좋을텐데...

가족삼아, 깨어있는 시간 내내 모니터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들여다보며

향기도 촉감도 느낄 수 없는 화면과 정을 붙이고 사는 어머니.

때마다 스스로를 위해 끼니를 챙겨야 하는 고역.

그 짐을 덜고 따스한 봄 기운을 한층 누리며 든든한 아들집에 함께 있으면 좋을텐데...

남편은 마음과는 달리 어머니를 모셔놓고는 어머니와 많은 갈등을 겪는다.

멀리 있을때와 가까이 있을때, 너무도 오랫동안 어머니와 떨어져 살던 아들은

세월속에 묻힌 간격을 종종 잊는가보다.

어머니와 삶과 자신의 삶이 그들의 기억에서만큼 격이 없을거란 믿음들.

예전처럼 단지 아들과 어머니로써 허물없던 시대로 돌아갈수 있다는 착각.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처럼 현실에도 그 그리움이 살갑게 와 닿을거라는

환상.

그런것들로 인해 두사람은 많이 갈등했고 그 사이에서 나도 많이 어려웠다.


내 아들이 저런다면 난 결코 아들집에 가지 않을게야....

내 아들이 당신처럼 그런다면 난 양로원에라도 들어갈테야...


효자아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시면 갈등을 겪는 무엇인지

그것이 오늘날 대가족의 해체 이유일까.


어머니가 오시면 나는 모임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나

아들과 어머니의 불화가 꽃봉우리가 터지기도 전에 미리 터질까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