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만 할때 여가생활이란걸 좀 했다.
이것저것 찾아가며 허기진 배를 달래듯 꾸역꾸역 여가를 즐기다못해
본업이 무실해졌던 적도 있었다.
내 가까이 있는 사람은 그런 나를 보면서 어쩔땐 부지런하고 열심이어서
좋다했고 어쩔땐 돈도 안되니 소모적인 일이라며 무시했다.
소모적이란 그 말 때문에 전자에 더 큰 의미를 두었지만 동요되지는 않았다.
가치관의 차이라 여기고 나 역시 그의 말을 무시했다.
여가를 하며 돈까지 벌어들인다는건 경지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전문 지식이나 전문기술이 전무한 내가 그 경지란것에 도달하는것은
모순이라 생각했다.
그러기에 난 나름대로 즐길기를 원했다.
무엇이든,그무엇이든간에 모든것을 여가로 생각하고 싶었다.
살림하는것 아이들과 생활하는것 남편과의 관계 친구며 형제들 그리고
내 취미를 포함한 잡다한 것을 두루 다 즐기려했다.
사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그런대로 비슷비슷한 시기를 겪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내가 나름대로 정한 여가라는 것에서 특별한 가치를 두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말자는 생각으로 언제나 내가
좋을때 해야할일을 했고 하고 싶지 않으면 피했기에 그런 방식은 나름대로 잘
이루어졌다.
그렇게 살아가는 나는 항상 즐거웠다.
사람들과 만나면 즐겁게 대화 했고 남편과 말다툼을 할때도 즐겁게 했고
아이들과 부?H힐때도 즐겁게 마무리 지었고 어느자리에 있던지 나는 즐거었고 불협화음 같은건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연말부터 우울하기 시작한 내가 연초가 되어도 그 모양새가 그대로라
조금씩 의아해지기시작했다.
무엇일까 한참을 분석하고 뭔가에 집중해보려고 며칠 기력을 다해 운동도
해 보았다.
며칠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몸역시 마음처럼 착 가라앉아 쉽게 가벼워
지지않았다.
즐거움이 끝난건가.
여자의 갱년기가 시작되듯, 모든 기능이 서서히 무디어지고 있는것일까.
예민한 몸이 벌써 그것을 감지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글퍼 진다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해야할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은데,그러다
요며칠 아침에 신문에 난 기사들을 오후가되면 모두다 까먹고마는 경우를
발견했다.
오호라...
역시 그런게야.
난 늙어가고 있는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에,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이라면 행복하고 가슴이
뿌듯했을테지.
그러나 나는 늙어가고 있는것이다.
이제 여유를 부릴만큼 여가는 더이상 허용 되지 못할수도 있을것 같다.
즐거웠던 인생이 어쩌면 바쁘고 숨막힌 인생이 될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성장통은 정말 가슴 뿌듯할 일이지만 나이들어 겪는 성장통(?)은
서서히 세월속으로 사라져 가야하는 암담한 현실을 느껴야만 할것이다.
젊다면 젊은 나이라 방심했었다.
젊은 사람을 보면 나 역시 마음만은 젊다 위안했고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 그나마 내 젊음도 오히려 빛나 보여 세월을 망각하고 있었다.
더 나이들기 전에 이젠 여유로움에서 좀더 벗어나야겠다.
장기전에 대비하는 위해선 여유보단 정확한 진단과 정확한 처방을 내려야한다.
싸움에선 서둘러서는 안돼는 법이지만, 기다릴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만
때가 오면 반드시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것.
싸움을 할 줄 모르는 무지한 나지만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수없이 싸움을
걸어왔다.
그러하니 오랜 내 삶의 무대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면 또 다시 나와 맞서
싸워야 할까보다.
나를 이기기 위한 또 하나의 시련...
그렇게 버티어 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