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07

겨울과 봄사이...


BY 햇반 2004-12-20

양희은과의 두시간 남짓의 만남.

조명을 받은 뽀얀 피부.

환상적인 신비한 머리색깔.

그리고 언제나 변하지 않을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

도무지 그녀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는 왜 오래전부터 그녀가 이쁜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못난이란 생각을 했었을까.

그건 아마도 내 젊은날 젊음이란 콩깍지에 눌려있던 교만이었던지

아니면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던 탓으로 돌려야겠다.

암튼 나는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에게 일종의 경이로움과 존경심

그리고 오래도록 가까이에 좋은 사람을 두고도 다른사람을 찾아 방황했던

그녀의 애인인 듯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며 그녀의 생생한 라이브에 아득히 빠져들고 말았다.

 

남편에게 주어진 두장의 콘서트 티켓은 당연 우리둘의 몫이다.

본의 아니게도 다양한 대중문화를 접할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걸 행운으로

아는 우리에게도 뜻하지 않게 일정이 어긋날 수 있다.

언니와도 시간도 여의치 않자 나는 그제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함께 가고 싶은 친구가 많이 있지만 딱히 한사람을 찝어 내자니 조금 망설여졌다.

순위를 정해놓고 당첨을 확인하듯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을때 선뜻 가겠노라 했다.

너무도 쉽게 당첨이 확인된게 아쉽긴 했지만

그 친구와 가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그러나 약속을 정하는 순간 딸 아이의 음악회와 겹쳤다며 난감해했다.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생각에 그녀는 남편과 일년에 한번 영화도 안보러 가는 커플이니  그녀에게 좋은 선물을

선사할 요량에 그녀로서도 기뻐하리라 마음이 들었다.

그날 하필 모임이 있단다.

그리고 또 망설이기를...

인터넷에 올릴까.

선착순 일명.

남.녀 모두 가능.

오후 6시-10시.

이벤트로 아주 제격일거 같았다.

그치만  이건 조금 더 신중해야할거 같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같은 아파트에 친구 두명이 있는데 그 중 한명과의 통화에서 이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우리둘이 음악회 다녀온걸 알면 다른 한 친구가 기분 나쁠테니 소문내지 말자며

그렇게 약속을 한 뒤 한시간 후...

딸 애가 스키 캠프를 간다나?

준비하고 배웅까지 하려면 시간이 안 될 것 같단다.

그러면서 자긴 미쳤단다.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모르겠단다.


음....

누구랑 갔는지 말은 않겠다.

하지만 결국 이 나이에 의지 할 곳 이라고는,그리고 영원한 영순위는

남편뿐이라는것만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꼈을 뿐이다(남편하고 간것은 아님)


계절중 가장 젊은 계절을 들라면 난 필사코 겨울을 꼽겠다.

사람들의 빠른 발걸음이 그렇고 약간은 추위에 경직되어진 움추린 몸,

조금은 차다 싶은 딱딱한 시선들.

겁 없이 질주하는 듯 거칠 것 없는 계절.

난 그것이 좋다.

겨울이란 계절의 속성이 그러하니 그것이 좋다.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개성에 매력이 다르듯 계절의 매력 또한 달라야 그맛에 새로워질테니까. 

누구든 그 젊음을 맛볼 수 있다면 젊어질수 있는 것이다.

잠시 젊의의 거리에 젖어 있던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의 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소 서서히 봄 같은 내 집으로 되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울과 봄 사이에 있었던 나는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