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겐 오랫동안 함께 일을해온 파트너가 있었다.
그여자에게는 뚜렷한 명함이나 직책이 없었다.
스케줄에 따라 얼마간 일을 맡아 서로의 이익을 얻는 상생관계다.
불분명한 그여자의 직책만큼이나 남자와 그여자의 관계 또한 불분명했다.
상생의 법칙에도 위와 아래는 있는 법이었다.
상하관계도 수평관계도 아닌 두 사람은 모호했다.
그여자와 남자의 경계선이 불분명 하다는건 여자에게 불쾌한 문제였다.
남자는 일이라는 전제를 내걸어 여자의 문제를 가벼이 넘겼다.
여자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그 여자에게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너그러운척 행동했다.
식사를 할때도 술을 마실때도 남자는 일의 연장이라며 그 여자와 동석했다.
각자의 사생활이 존재하는 두 가정이 가끔 만날일이 생겼다.
여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날이 더러 생겨났다.
그들만의 잔치처럼 언제나 술자리는 그렇게 흘러갔고, 둘 사이에서
여자는 두 사람에게 밀려 이리저리 떠다니며 소외당했다.
사람에게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남자는 어떤식으로든 그 여자를 우선시했고,
존중했고 인정했고 추켜주었다.
그것이 인간관계의 모호성이었는지 모를일이다.
그것이 사회생활의 기초문법같은 이치일지도 모를일이다.
여자는 자신이 철이 없어 품는 의혹일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모호성과 의혹은 불신의 벽을 더욱 두텁게 쌓아갈 뿐이었다.
그여자는 여자가 만난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여자가 자신을 경계하는 줄 알면서도 선뜻 싸우려 덤벼들지 않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가도 정지선을 지키며 언제나 여자 주변을
맴도는 사나운 맹수였다.
기가 약한 여자는 승산없는 싸움에 승부를 포기하고 먼저 다가가기를
시도를 해 보았지만, 쉽게 대응해 버리고 제자리로 돌아가버리고마는,
그여자의 태도는 여자가 해석 하기엔 너무도 어려운 언어였다.
그여자가 무섭다.
그여자가 싫다.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소리쳤을때 남자는 현실을 가르켰다.
먹고사는 문제, 남자에게는 언제나 먹고사는 문제가 급선무였다.
여자는 그여자를 떼어낼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여자에게 한없이 끌려가는 그녀의 이끌림속에서 당장 벗어나고 싶었다.
끌려가는것은 비단 여자뿐만이 아니라 남자 또한 멀리 끌려가게 될 것 같은
두려움에 여자는 숨이 막혔다 .
여자는 그여자를 알고 싶었다.
남자가 말하는 그여자는 성격이 좋아 아는 사람 많고, 사람을 좋아해 술 잘하고,
정이 많아 덕을 쌓고, 집안일 잘해 음식 솜씨 좋고, 어른 아이 돌보기를 잘하는,
남자 말대로라면 정말 잘난 여자였다.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시각에서 그여자를 판단한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여자는 오로지 그여자가 커다란 문제덩어리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여자의 감정을 감지하지 못하는 여자는,
여자의 마음을 헤어리지 못하고 제 생긴것이그렇다며 베려할줄 모르는 것은, 사람을 기만하는 것이고, 그와 같은 행동은 가장 인간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남자에게 정정해 주었다.
남자에게는 그런건 이유가 되지않았다.
남자에게 도움이 되면 그 뿐이었다.
힘들때 이해해주고 도움이되고 함께 술 친구가 되어 주면 고마울 뿐이었다.
남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여자의 문제까지 해결할 의향은 추호도 없었다.
일이 우선이라 우기면 그만이었다.
여자는 서러웠다.
공과사를 구별할줄 아는 여자는 공과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그들 틈에 언제나 불안하게 끼여있었다.
그들과 자리를 할때마다 여자는 자신이 객처럼 낯설었다.
그들의 즐거운 시간은 여자에게 끝나지 않을 고통의 시간이 되었고,
그들이 마시며 부딫히는 술잔은 여자의 가슴에서 산산히 깨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여자의 감지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감지기가 작동되자 그여자의 오만이 다부지게 현실을 박차고 일어났다.
여자는 그 여자를 비웃었다.
에초에 그렇게될 걸 모르고 오만을 떨었던 그여자를 비난했다.
그러나 여자에게 최대의 위기였다.
일을 할 수 없다는 그여자의 말에 모든 비난이 여자에게로 쏟아졌다.
무능함을 탓했더니 시기를 부리고 그 시기로 한사람을 몰아댄다고했다.
졸지에 여자는 한사람의 인생을 짓밟는 나쁜 여자가 되었다.
그 여자는 남자가 철저하도록 지켜야할 남자의 영역인었던 것이다.
여자가 감히 침범하지 말아야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