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관계에서는 불협화음의 소리가 난다
어쩌면 우리들이 살아가며 맺는 관계도 그러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이틀 나역시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다 감기에 걸렸나?
올드보이를 봤을때 그것도 비디오로 보면서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했고
그 영화가 칸영화제 심사위원 수상작에 들게 되자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주홍글씨는 올드보이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 중간중간 외국영화에서 따온 스릴러물의 형식들
구성상 스케일도 작아 볼거리도 그다지 하려하지않다
그렇다면 주인공들은 볼만하냐...
이은주 그녀는 너무 가녀려서 벗은 몸을 봐 주기기가 안쓰러울 정도이고
성현아(경희) 그녀는 너무 대범하다 못한 오버한 최선이 주인공(이은주)보다 튈가 염려했던
감독의 배려인지 어쨌는지,암튼 애써 찍은 자신의 아름다운 씬이 잘려 나갔다며 부산 영화제
폐막식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나 어쨌다나
그렇다면 엄지원 그녀는...
뭔가 불안한 요소를 감추고 있는, 오히려 세 여자중 가장 독특하고 묘한 영화다운
캐릭터가 아니였을까
가희(이은주)는 떳떳지 못한 사랑에 대해서도 대범하게 사랑을 갈구하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신의 사랑 석훈과 함께한다
비록 승용차 트렁크에서 볼상사납게 죽어가지만, 그것이 비극인지 아닌지는 가릴 맘도
없지만서도말이다
반면 수현(엄지원)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사랑이 당당하지 못하다
음지에서처럼 음울하고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 여자(이은주)를 사랑하는 여자(엄지원)
하지만 이런 반전에 우리는 너무도 영악해져서 놀랄일도 없다
현대인들은 미디어매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고 그것이 간접 경험이되어
마치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는듯한 착각에 빠질때가 있다
그래서 대리만족이란것도 생기는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주홍글씨"는 내게 어떤 대리만족을 주었나
여자 3인방에게 맥없이 농간당한 형사(한석규)의 슬픈 이야기?
불륜의 애정행각을 벌이며 아내에게 사죄라도 하듯 끔찍히 아내에게 최선을 다한다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과시라도 하듯 그의 일상은 언제나 성실한듯하다
자신의 멋진 삶의 성공중 애인과의 연애행각은 그 스스로가 강한 남자로 빠져들게 만들고
범죄를 다루는 직장의 최 전선에서 자신의 유능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
자신의 아내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불순한 여자이고
자신과 애정행각을 벌이던 여자는 다름아닌 아내가 사랑하는 상대였다는 불분명한 정체들
살인자라 지목했던 한 남자의 베일이 걷히며 자신의 무능함 속에 버젓히 끼어드는 여인
철저하게 농간 당한 남자의 울음은 공허하게 아둠속에서 꺽꺽거린다
이제 남자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다
정숙을 가장하고 사랑을 가장하고 남편을 기만해왔던 아내도....
환희처럼 불타던 정열적인 애인도...
권총을 갖고 싶어 경찰이 되고자 젊은 열정을 쏟아 부었던 직장도...
그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은 이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도로를 질주하며 달리는 기훈(한석규)이 차안에서 부르는 노래
비제의 카르멘투우사 곡처럼 활기차고 거침없다
멋지다
어쩌면 그 질주가 정열적인 자신의 마지막 질주가 아니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기훈이 흐느껴 우는 장면을 보면서도 그가 그다가 가여워 보이거나
애처럽게 느껴지지 않았던건 도로위에 질주하는 당당한 모습
첫번째 씬....
그 길이 그의 마지막 길이 아닐까 하는,오히려 마땅히 그래야만할것 같은
그래야 그가 조금은 멋있어 보여 이 영화가 더 영화적으로 막을 내리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나와 얽혀있는 관계들에 신중히 생각을 보았나
아니다...
난 사람들과 아무런 미묘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
오히여 관계란 것을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요소들로 간주한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 자신의 본 모습만을 보여준다
거짓이나 꾸밈없이 적어도 진실은 서로에게 통한다는 진리를 믿기에
그렇게 하는것이 관계를 가장 잘 맺는 최선의 방법인것 같다
그것이 감기에 걸려가면서 얻어낸 결과이다